[초점] “왜 한국기업 공장에서만 근로자가 죽나요?”

조지아주 진출 한국 대기업서 사망사고 잇달아 지역사회 우려

최근 조지아주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공장에서만 유독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 메타플랜트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 HL-GA 배터리 공장, 그리고 한화큐셀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공장 안전관리 실태와 책임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 현대차 배터리 공장, 2개월 새 2명 등 총 3명 사망

지난 20일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건설 중인 HL-GA 배터리 공장에서 27세 작업자가 포크리프트 작업 중 떨어진 자재에 깔려 숨졌다. 지난 3월에도 같은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유선복 씨가 포크리프트에 치여 끌려가며 허리가 절단되는 사고로 사망했다.

불과 두 달 새 같은 장소에서 두 명의 근로자가 숨졌고, 지난해 추락사고로 사망한 히스패닉계 건설 노동자를 포함해 총 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차 메타플랜트는 지난 18개월간 53건의 부상 사고가 신고됐고, 이 중 14건은 트라우마성 중상으로 분류됐다.

현지 매체인 커런트(The Current)는 심층보도를 통해 “메타플랜트 현장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산업재해가 이어지고 있어 기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현지 매체의 기자들은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위해 메타플랜트를 찾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주정부의 대책을 묻기도 했다.

◇ 공장 건설 재촉하느라 안전은 뒷전?

20일 조지아주 카터스빌의 한화큐셀 공장에서는 30대 작업자가 산소가 희박한 탱크 상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질소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며 타살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태양광 모듈 제조로 2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 역시 하청 근로자가 피해를 입은 사례로 전해졌다.

조지아주는 미국 내 제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 중심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한국 대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졌다. 그러나 빠른 건설 일정과 저비용 구조에 의존한 하청 중심의 공사와 인력 운영이 안전 사각지대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메타플랜트와 배터리 공장의 경우, 수많은 하청업체와 인력 파견 구조가 얽혀 있어 실질적인 안전 관리 책임이 누락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근로자 추락사고와 관련, 안전장비 결함이 OSHA(미국 산업안전보건청) 조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 안전관리 책임, 본사 아닌 하청업체 몫?

이 같은 문제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직접 채용이 아닌 하청과 하도급 중심의 간접 고용에 의존하면서 더 심화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 유족들 역시 보상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미 양국의 산업안전 법제도의 차이도 문제다. 미국은 고용주에 대한 형사 책임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규정하고 있어, 본사가 직접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대응은 한국보다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아 이번 사망사고들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응도 주목된다.

◇ 기업의 도덕적 책임과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 요구 높아져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신뢰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산라인 가동과 수익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노동권 보호와 안전관리 기준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 한국 본사 차원의 통합 안전 시스템 구축, 하청업체에 대한 감시 강화, 그리고 미국 노동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진출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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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