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항구, 골든레이호 악몽 딛고 대규모 준설

브런즈윅항 3520만달러 공사 착수…”조지아 물류 허브 지킨다”

조지아주의 대표 항만 브런즈윅항이 다시 한 번 ‘생존 경쟁’에 나선다.

미 육군공병대가 2025년 예산안에 3520만달러(약 480억원)를 배정해 항만 진입로 준설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 항로는 지난 2019년 현대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 전복 사고가 발생했던 바로 그 지점이다.

2019년 9월 8일,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수송선 골든레이호(3만6000톤급)가 브런즈윅항을 출항한 지 23분 만에 전복됐다. 선박 내부 차량 적재 불균형과 항로의 침전물 퇴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승무원 4명이 4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골든레이호는 4000여 대의 자동차를 실은 채 선체가 완전히 전복됐고, 이후 인양 및 해체 작업에는 무려 3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됐다. 이 사고는 브런즈윅항의 항로 깊이와 안전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사고 이후에도 브런즈윅항 항로는 제때 준설되지 않아 최대 4피트 이상의 토사가 쌓였고, 폭도 500피트에서 200피트로 좁아졌다. 대형 선박은 만조 때만 출입이 가능해졌고, 물류 지연과 선박 회항 사례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즈윅항은 2023년 미국 내 RORO(자동차·중장비 등 차량 적재 화물) 처리량 1위 항만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업계의 초대형화 추세 속에서 항로 협소화는 다시 한 번 치명적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조지아 연방의원들과 주정부는 항로 정상화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마이크 콜린스(공화·잭슨)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버디 카터(공화·풀러), 존 오소프(민주), 라파엘 워녹(민주) 상원의원의 초당적 협력이 이뤄졌고, 결국 3520만달러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

이번 준설은 오는 9월 시작해 내년 3월까지 마무리된다. 항로를 원래 설계된 38피트 깊이, 500피트 폭으로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조지아주 항만청의 제이미 맥커리 최고운영자(CAO)는 “이번 준설은 항만 경쟁력뿐 아니라 조지아 경제 전반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단체 ‘One Hundred Miles’는 “준설 토사의 안전성 검증”과 “해양생태계 보호 시기(12월 15일~3월 31일)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런즈윅이 보유한 4개의 슈퍼펀드 오염지와 인근 생태계의 민감성을 고려한 지적이다.

육군공병대는 “필요한 모든 환경 허가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경제성과 환경성의 균형을 맞추는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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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브런즈윅항. 현대 글로비스 수송선이 입항해 있다./Georgia Ports Autho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