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감세법안서 배터리 보조금 ‘생존’…중국 견제는 더 강력해져
연방 하원이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예의주시하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이 사실상 유지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기차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국 현지 생산에 기반한 세액공제 혜택이 계속된다는 점은 실적 방어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업계는 감세 법안 초안에서 AMPC의 조기 폐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2028년 종료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실제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서는 AMPC 종료 시점이 기존 2032년 말에서 단지 1년 앞당겨진 2031년 말로 수정되며, 보조금 액수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됐다.
또한 배터리 셀·모듈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시, 업계가 많이 활용해온 제3자 판매 방식 요건도 2027년까지 유예되면서 당장 보조금 수급 구조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행법에서도 AMPC는 2030년부터 일몰 방식으로 축소되어 2032년에는 25%만 지급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돼도 업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계 배터리 기업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진입 장벽이 마련됐다. 법안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중국 등 외국우려기관(FEOC)을 배제하면서, 종전의 지분구조 중심 기준에서 실질적 지배력 기준으로 판정 방식을 전환했다.
여기에는 △정부 지배력이 강한 국가가 지배하는 ‘지정외국단체(SFE)’에 대해서는 시행 첫 해부터 적용, △상대적으로 통제 수준이 약한 ‘외국영향단체(FIE)’는 2년 유예 후 보조금 배제라는 조치가 포함됐다.
더 나아가 중국 업체로부터 △핵심 부품·광물·설계를 직접 조달하는 경우, △배당금·이자·로열티 등을 일정 비율 이상 지급하는 경우, △1백만 달러를 초과하는 기술 라이선스를 가진 경우에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은 사실상 문이 닫혔다”며 “이러한 법안은 공급망 재편의 흐름 속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감세법안은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아직 상원의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감세 재원 마련 수단으로 지목된 AMPC가 급작스러운 폐지 없이 유지된 것은 업계로선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미국 내에서 K-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는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IRA와 AMPC는 이들 투자의 수익성과 현지 고용 창출 효과를 담보해 주는 핵심 기둥이었다. 이번 법안으로 우려됐던 ‘정책 급변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면서, 향후 중장기 미국 배터리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법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변수도 적지 않다. 상원에서는 청정에너지와 사회복지 예산 삭감을 두고 이견이 커, 협상과정에서 조항들이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