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중앙은행들의 매수에 힘입어 잇따라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6월물 금 선물은 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트레이온스(약 31.1g) 당 2331.70달러에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장 초반 한때 2372.5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장중 최고치도 새로 썼다.
금 선물은 최근 13거래일 가운데 11차례 상승 마감하면서 13% 이상 올랐다.
최근 금값 상승은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주요 동인으로 분석됐다.
중국 중앙은행은 인민은행은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금 보유를 늘렸으며, 다른 국가들도 금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세계금협회(WGC)는 전했다.
ING이코노믹스는 메모에서 “금은 투자자들이 경제환경, 지정학적 긴장 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안전자산에 몰리는 불안정한 시기에 특히 매력적”이라면서 “이러한 추세는 올해 남은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몇 달 내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값은 하락할 수도 있다고 ING 이코노믹스는 덧붙였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밥 파커 수석 고문도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미 달러화 강세, 채권 수익률 상승,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의구심, “합리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금의 펀더멘털이 약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커 고문은 “이러한 요인을 감안할 때 금의 상승 여력은 미미하고, 하락에 매우 취약한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뿐 아니라 은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 선물은 1.1%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7.71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며, 2021년 6월 이후 최고치다.
BNP파리바의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 에드먼드 싱은 “금값 강세뿐 아니라 현재 더 흥미로운 것은 다른 귀금속, 특히 은이 마침내 (금값) 따라잡기를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2011년 온스당 50달러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오는 10일 발표되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장기추세 모멘텀을 결정할 연준의 금리인하 향배를 가늠해 볼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공급 우려가 맞물리면서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유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이날 0.79%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를 기록했고,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55% 내린 86.43달러로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중동지역 긴장 고조와 공급 충격 등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처럼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기술적으로도 과매수 영역에 진입하면서 가격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7일 일부 병력을 철수한 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포함한 향후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데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은 답보상태라는 보도가 나왔다.
게다가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여전히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원유를 매수하고 있으며, 지난 5일에는 유가 상승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원유 콜옵션 거래량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멕시코가 원유 수출량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주말 동안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주요 유전 가운에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공급 부문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무디스 애널리스틱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과 전화 인터뷰에서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하고, 미국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