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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잡지의 역설…디지털 시대에 고급 종이 매거진 뜨는 이유

paul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알고리즘이 만든 미학에 대한 반발…패션 광고주들도 앞다퉈 투자

주요 인쇄 매체들이 발행 횟수를 줄이고 팀을 축소하거나 종이 잡지 발행을 아예 중단하는 추세 속에서도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의 독립 잡지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12일 특집기사를 통해 이 역설적인 현상을 조명했다.

◇ 고급 종이, 비타협적 편집

파리의 저널리스트 소피 피네는 지난해 11월 하퍼스 바자 프랑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랑크 뒤랑의 제안을 받아 인테리어·정원 전문 잡지 ‘홀리데이 인터내셔널 인테리어스 앤드 가든스 리뷰’를 창간했다. 프랑스 제지업체 페드리고니의 맞춤 제작 종이에 대형 판형으로 인쇄된 이 잡지는 그 자체로 럭셔리 제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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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는 “주류 언론은 더 이상 나에게 영감을 주지 않았다”며 “시각적으로도, 편집 방향에서도 야심 찬 홈 데코 잡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 잡지만이 아니다. ‘씨너리(Scenery)’, ‘톤(Ton)’, ‘넵튠 페이퍼스(Neptune Papers)’, ‘컬처드 앳 홈(Cultured at Home)’ 등 신생 독립 잡지들이 잇따라 창간되며 기존 강자인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와 ‘카바나(Cabana)’의 뒤를 잇고 있다.

◇ 알고리즘 미학에 대한 반발

이 잡지들의 공통점은 공급업체 제공 이미지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실제 가정과 공간을 찍은 풍성한 전면 사진으로 지면을 채운다. 트렌드나 신제품보다 개인의 삶이 녹아든 공간의 결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이는 작가 카일 채이카가 10여 년 전 제시한 개념인 ‘에어스페이스(AirSpace)’, 즉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획일화된 미학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런던 기반의 씨너리 창간자 사이먼 모르크는 “광고와 무관한 공간을 지켜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며 “상업성이 없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그래야 진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패션 브랜드가 먼저 알아봤다

역설적이게도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로에베 같은 패션 브랜드들이 이 신생 잡지들에 일찌감치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상업적 색채가 옅은 지면이 오히려 예술·디자인 독자층에 접근하는 통로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넵튠 페이퍼스의 창간자 데이토나 윌리엄스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7800유로(약 9000달러)의 예산과 1200부의 초판으로 시작했다. 현재 최신호는 444페이지에 달하며 가격은 42달러. 콩데 나스트 연간 구독료와 맞먹는다. 그는 “종종 완판된다”고 말했다.

◇ 평균 4만 부, 연 2회 발행

미국 소비자 잡지 구독률이 2019~2023년 사이 연평균 6~10%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이 잡지들은 건재하다. 대부분 연 2회 발행에 평균 발행 부수는 약 4만 부다.

반면 호주의 분기 잡지 ‘네버 투 스몰(Never Too Small)’은 다른 방향에서 주목받는다. 구독자 32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의 파생 잡지로 2024년 9월 창간됐는데, 발행 부수 1만5000부의 잡지 수익이 디지털 수익을 앞질렀다.

2008년 바르셀로나에서 창간된 아파르타멘토는 이 흐름의 선구자다. 편집장 로비 화이트헤드는 “우리는 꽃꽂이 같은 연출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실제로 집에서 누리는 기쁨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출판 컨설턴트 제러미 레슬리는 “진짜 성공 사례는 독자가 잡지를 사고, 팟캐스트를 듣고, 행사에 참여하고, 편집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긴밀한 관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미래는 오프라인에 있다.”

기자 사진

이승은 기자
eunice@atlantak.com
호주 매거진 아파르멘토/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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