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성우 교수 “적기 치료가 성공 가능성 높여”
만 35세 이후에는 6개월 동안 자연임신 시도 후 실패 때 상담해야
“난임 치료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다. 과거와 비교해 결혼 연령이 높아진 데다 주위에서 임신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혹시 우리도 난임이 아닐까’라고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보통 난임 치료는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했을 때 1년이 지나도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시작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대, 30대, 40대 부부도 모두 마찬가지일까.
김성우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난임클리닉) 교수는 “임신은 나이에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만 35세 이전 여성이라면 1년, 만 35세 이후 여성은 1년이 아니라 6개월간 시도해도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난임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정리했다.
즉, 대개는 1년을 기준으로 잡으나 난소의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만 35세 이후 여성이라면 6개월간 시도 후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만 40세를 넘긴 상태에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른 시간 내 시작하는 게 권장된다.
김 교수는 “월경을 거르지 않고 할 경우 40대 후반에도 임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생리를 한다고 해서 가임력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며 “전문가와의 상담, 검사를 통해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 치료를 결심했다면 우선 병원을 찾아 난임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 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이 부부 공동의 몫이듯 난임도 부부가 함께 접근해야 한다.
김 교수는 “난임에는 대개 여성이 60%, 남성이 40%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연구에 따라서는 남녀가 절반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며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질환이 있는지와 난소 기능 검사를 받는 게 좋고 남성도 정액 검사로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이 난임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이 월경 주기가 갑자기 흐트러지고 월경통이 심해지거나 월경 과다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신속히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흡연은 금기시된다. 임신을 준비할 때도, 난임 치료를 받을 때도 삼가야 한다.
김 교수는 “흡연은 난소 기능을 저하하고 배아의 착상을 방해한다”며 “과배란을 유도했을 때 난소의 반응을 감소시키고 난자의 질을 떨어뜨려 임신에 매우 부정적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임 치료 초기에는 배란일에 맞춰 부부 관계를 시도하다가 이후에 인공수정, 그리고 흔히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고 불리는 체외수정 등을 하게 된다.
인공 수정은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선별해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자궁 안에 직접 넣는 시술이다. 주기당 임신 성공률은 15∼2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각각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한 뒤 배양한 후 자궁 안으로 이식해 임신이 되게 하는 방법이다. 성공률은 30∼40% 내외다.
이러한 인공 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다고 해서 활동량을 극단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는 호르몬제 투여로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는데, 체지방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김 교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다고 해서 누워서 쉬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혈전 성향이 강해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술 전에는 체중 조절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좋고 착상 후에는 안정이 필요하기에 과격한 운동을 삼가고, 안 하던 운동을 새로 시작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며 “난자 채취 당일에는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하는 게 좋으나 배아 이식 후에는 가볍게 산책 정도의 걷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