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가 밀던 60억불 회사 ‘제로’로 추락

DNA 진단 23앤드미, “침 하나로 조상 찾는다’며 투자 유치해

CEO는 구글 창업자 브린의 전 부인…”개인 명예 추구” 비판

5년 전만 해도 미국 생명공학업체 23앤드미(23andMe)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치르는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수백만 명이 자기 조상에 관해 알아보겠다며 시험관에 침을 뱉었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이 회사 키트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화제 속에 2021년 6월 상장되면서 첫날에만 21% 상승하는 등 한때 시장가치는 60억달러(8조원)를 넘었다.

경제잡지 포브스는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실리콘밸리 명사인앤 워치츠키(50)를 “가장 최근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최고점으로부터 98%나 폭락하는 등 거의 제로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현재 주가는 73센트(972원)로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나스닥시장 측으로부터 상장폐지 위협을 받는 처지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06년 설립돼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키트 등을 주력 사업으로 내걸었다.

공동창업자 겸 CEO인 워치츠키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이기도 하다.

WSJ에 따르면 워치츠키 CEO는 회사 회생을 위해 지난해 3차례에 걸친 해고와 자회사 매각을 통해 직원을 4분의 1로 줄이는 등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제 회사를 혈통 정보 및 건강 데이터 제공업체에서 종합 의료 회사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의약품을 개발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건강 보고서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한 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으며 보유 현금이 너무 빨리 소진되고 있어 내년에는 고갈될 수 있다. 이 회사는 약 14억달러(1조9000억원)를 투자받았으며, 그중 약 80%를 썼다.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인 DNA 검사에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고객은 한 번만 검사받으면 된다지만, 검사를 받는 사람 중 삶을 변화시키는 건강 결과를 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로부터 1천만 개 이상의 DNA 샘플을 비축해 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비용이 많이 들고 수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밖에 지난 가을에 고객 690만 명의 비유전적 정보를 노출한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집단소송에도 직면했다.

또 한편에서는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들이 몇몇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수십 가지 질병의 치료법을 조사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을 추가로 확충하겠다는 기대감도 금리가 치솟고 소규모 제약사 주식이 급락하면서 설상가상이 됐다.

워치츠키 CEO는 낮은 주가는 소규모 제약사 주식의 광범위한 하락세 때문이고 회사 비전도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자신들에 부정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WSJ에 말했다.

오랜 이사회 멤버인 패트릭 정은 워치츠키가 갖은 장애물에도 자신의 거대한 비전을 고수한 만큼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자라면서도 그가 여러 제약에 대해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의 중심에서 성장한 워치츠키는 예일대 졸업 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회사에 다니며 헬스케어 회사 분석 일을 했다.

주변 인물 일부는 워치츠키 CEO가 자기 개인의 명예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한 예가 지난해 3월, 인형 제조사 마텔이 전 유튜브 CEO 수전 및 소아과 교수 재닛 등 자신을 포함한 세자매를 토대로 바비 인형을 제작하도록 한 일이다.

일부 회사 직원은 이를 놓고 지난해 첫 해고를 한 뒤 너무 일찍 이런 일에 시간을 쓴 것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23andme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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