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은 여기서, 한 줄은 집으로… 손녀의 손에 건너간 ‘진짜 김밥’
도라빌의 한 건물 뒤편. 참기름 냄새가 복도를 타고 흘렀다. 그 끝을 따라가자, 밝고 깨끗한 이벤트홀이 나왔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1시. 화야 인터내셔널 컬처센터에는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이 김 한 장씩을 앞에 두고 둘러앉아 있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이날 강사는 박보경 요리연구가다. 한국에서 종가집 며느리로 오랜 세월 한식을 차려 온 사람이다.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이기도 하다. 이날 재료는 그가 손수 장을 봐 준비해 왔다.
왜 김밥이었을까. “최근 미국에도 김밥 열풍이 불었죠. 트레이더 조 냉동 김밥이 인기라기에 저도 한 번 먹어 봤습니다.” 정통 한식을 평생 만들어 온 그의 입에 무언가 걸렸다. “이건 한국 김밥의 맛이 아닌데 싶더군요.”

그래서 강좌를 열었다. “다음 세대와 미국인들에게 진짜 한국 김밥의 맛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말 수 있는 요리 기술로요.” 김밥은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쓴다는 게 박 연구가의 말이다.
재료가 상에 펼쳐졌다. 노란 단무지, 파릇한 시금치, 두툼하게 부친 계란. 윤기 나게 조린 우엉, 채 썬 당근, 밑간을 한 볶은 소고기. 여섯 빛깔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엇 하나 같은 색이 없었다.
이날 자리의 주인공은 손녀 셋이었다. 올리비아, 소피아, 줄리아. 방학을 맞아 테네시에서 외갓댁에 놀러 온 아이들이다.

외할머니 애나 서 씨가 손주들의 손을 잡고 강좌를 신청했다. “손녀들이 놀러 왔는데, 김밥 만드는 법도 가르쳐 주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서툰 손으로 김 위에 밥을 펴고, 단무지와 시금치, 계란과 우엉, 당근과 소고기를 차례로 올리고, 조심조심 만다. 삐뚤빼뚤해도 상관없다. 제 손으로 만 첫 김밥을 들고, 세 아이는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참가자들은 신선한 재료로 김밥 두 줄을 말았다. 손수 만 한 줄은 그 자리에서 따뜻한 두부된장국과 함께 맛보았고, 나머지 한 줄은 포장해 집으로 가져갔다.

화야 인터내셔널 컬처센터는 뷰포드 하이웨이 인근, 박화실 보험 도라빌 오피스 안에 자리한다. 한국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간판이 몇 마일을 잇는 이 이민자들의 거리에서, 교육자 출신 박화실 대표가 문화의 결을 지키고 서로 나누자는 뜻으로 만든 공간이다.
한국 음식을 우리 2세와 미국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 그 자체가 이 동네의 풍경과 닮았다.
“도라빌이 한인들께는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박 연구가가 당부를 더했다. “하지만 다양한 강좌가 열립니다. 한인은 물론 여러 커뮤니티 주민들이 오셔서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강의실을 나서는 아이들의 손에는 포장한 김밥 한 줄이 들려 있었다. 테네시로 돌아가는 가방 속에, 외할머니 동네에서 배운 맛이 함께 담겼다.
냉동 김밥이 끝내 흉내 내지 못하는 것. 손에서 손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건너가는 한 줄. 진짜 한국의 맛이다.

글·사진 | 편집장 이승은
문의 | 화야 인터내셔널 컬처센터
5224 Buford Hwy NE Ste B, Doraville, GA 30340 · (770) 364-2241
웹사이트: www.huayaevents.com
<편집자주>
‘에디터의 오늘, 거기’는 이승은 편집장이 직접 지역의 현장을 찾아 사람과 공간, 문화의 결을 기록하는 애틀랜타 K의 현장 기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