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엽기 살해 혐의 한인 여교수 징역 10년형 선고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피해자 가족 “오마이갓” 절규
지난 2020년 남편을 의자에 결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한인 여교수(본보 기사 링크)에게 예상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아이오와주 댈러스카운티 법원은 25일 박고운 전 심슨칼리지 교수(45)에게 자발적 과실치사와 3급 납치, 목조르기에 의한 가정폭력 혐의에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브래드 맥콜 판사는 과실치사와 3급 납치에는 각각 10년형과 가정폭력에는 5년형 등 도합 25년형을 선고했지만 변호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병합해 최종 10년만 복역하라고 판결했다.
박씨는 최근 검찰과 유죄 인정 협상에 합의해 기존 1급 살인 혐의 대신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받았다. 현지 언론은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됐을 경우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씨는 남편 남성우씨(당시 41세)를 자택에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지만 수사 경찰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으며 영어가 제1언어가 아닌 용의자에게 유도 심문 등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법조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박씨의 변호인단은 이같은 주장을 펼치며 혐의 기각을 추진했지만 아이오와주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박씨는 결국 검찰과의 유죄 인정 협상에 합의했다. 맥콜 판사는 법정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뒤 미국으로 유학한 피의자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에게 이후에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짧은 머리로 법정에 선 박씨는 선고에 앞서 “남편의 죽음의 아픔을 느끼며 남은 인생을 보내겠다. 남편을 사랑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반면 검찰은 “오히려 박씨가 남편을 학대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 남씨의 어머니 봉 남(Bong Nam)씨와 여동생 남수진씨가 참석했으며 여동생 남씨는 “저 여자(박고운씨)는 오빠의 돈과 영혼을 빨아먹은 악마”라며 “우리 가족은 저 여자가 오빠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재정적으로 착취하고, 주변과 고립시키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맥콜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자 “오 마이 갓”이라고 소리지르며 울부짖기도 했다.
애틀랜타 K 취재에 따르면 박씨는 뉴욕대에서 석사, 뉴욕시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아이오와주 심슨칼리지 교수로 임용됐고 남편 남씨는 아내를 따라 이주해 디모인 국제공항의 컴퓨터 테크니션으로 근무했었다.
이들은 뉴저지주의 한 한인교회에서 만나 교제하다 결혼했지만 주변에는 결혼 사실을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시민권자인 남씨와 결혼했지만 심슨칼리지에서 취업비자 스폰서를 받았으며 대학 측에도 자신의 결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남편 남씨는 사건 1주일전 대학 오피스를 찾은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을 낳았었다.
박씨는 남편을 결박한 이유에 대해 “평소 가정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이 자신을 억제하지 못해 묶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으며 남편의 폭력으로 입은 상처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박씨가 숨이 막혀 괴로워하는 남편의 동영상을 촬영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로 박씨를 체포했었다.
이상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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