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 이민자 가족…합법 체류자도 겨냥한 강경 이민정책 논란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아르헨티나계 이민자 부부가 이번엔 자신들의 아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되며 “배신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합법 영주권자까지 전방위 단속에 나서면서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마르틴 베르디와 데보라 레이 부부는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이주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 1세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을 지지했지만, 그 대상이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로 한정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부부의 아들 아구스틴 젠틸레(31)는 해외 여행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을 통해 입국하다 영주권과 여권을 압수당했다.
이후 4월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의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출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두했으나, 지역 구치소에 구금된 후 조지아주 럼프킨에 위치한 ICE 스튜어트 구금센터로 이송됐다.
젠틸레는 2020년 가정폭력 경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3년 보호관찰을 선고받았으나, 사건은 2023년에 공식 종결됐다. 그러나 ICE는 이 사건을 이유로 그의 체류 자격을 박탈하고 추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영주권은 특권이지 권리가 아니다”라며 “가정폭력, 폭행 등 범죄 전력은 체류 자격 박탈 사유”라는 입장을 밝혔다.
레이는 이에 대해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산 사람들까지 잡아가겠다고 한 적 없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거짓말을 했다”고 분노했다.
스튜어트 구금센터는 미국에서 2번째로 큰 ICE 전용 수감시설로 최대 1752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민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동남부 한인사회도 놓여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자 추방작전’을 공약했으나, 취임 이후 합법 이민자들의 과거 전력까지 문제 삼으며 단속 범위를 넓히고 있다.
베르디와 레이 부부는 아들이 유아기 때 미국으로 이주해 플로리다에서 학창시절과 대학까지 마쳤으며, 현재 6세와 8세 두 자녀를 둔 가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저 미국의 법을 따르며 살아왔다. 이번 일은 우리 가족을 철저히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아이들에게는 아직 아빠가 출장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