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부자에 면죄부 준 ‘시민 체포법’ 논란

중세 영국 관습법서 유래…인종 차별·총기 소유와 맞물리며 부작용

폐지론자들 “백인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효과…구시대 흔적 지워야”

25살 조지아주 흑인 청년을 총격 살해한 백인 남성들이 74일이 지나서야 수사당국에 체포되면서 그동안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던 ‘시민 체포법'(citizen’s arrest law)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CNN방송은 8일 흑인 청년에게 총을 쏜 백인 남성들이 두 달여가 넘도록 처벌받지 않은 배경에는 ‘시민 체포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체포법’이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흑인 청년 아모드 아베리에게 총을 쏜 그레고리 맥마이클(64)과 그의 아들 트래비스 맥마이클(34)은 사건 당시 아베리가 강도라고 의심해 추격했고, 아베리와 몸싸움이 벌어지자 자기방어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사법당국도 백인 부자의 행동이 ‘시민 체포법’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라고 보고, 이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베리가 총에 맞아 숨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무장한 백인 남성이 비무장 상태의 무고한 흑인 청년을 살해했다는 여론이 확산했고, 조지아주 수사당국은 영상 공개 이틀 만에 맥마이클 부자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맥마이클 부자에게 두달여 동안 면죄부를 준 시민 체포법은 중세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중세 시대에는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사법기관이 바로 범인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반 시민에게도 범인을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왕을 돕도록 한 개념이다.

이러한 시민 체포의 전통은 미국 사회에도 그대로 이어져 현재 조지아주를 비롯해 미국 40개 주가 법률로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시민 체포법이 흑인 인종 차별과 총기 보유의 역사 등과 맞물리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캐럴 앤더슨 에모리대 교수는 CNN방송에 시민 체포법이 백인 남성에게 할리우드의 백인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에서 악당을 응징하는 것과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앤더슨 교수는 2012년 조지 짐머맨 사건에도 시민 체포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플로리다주 자경 대원이었던 조지 짐머맨은 17살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살해했는데, 시민 체포법이 자경 대원의 사법 행위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앤더슨 교수는 “시민 체포법은 무고한 흑인을 고문하고 살해했던 시대의 흔적”이라며 이 법이 남부의 백인우월주의 자경단이 흑인을 불법적으로 처형했던 시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연방 법무부 민권국에서 근무했던 데이나 멀하우저 전 검사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우리는 공권력 행사가 민간에 맡겨졌던 서부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며 “우리의 법은 19세기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아머드 알버리 추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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