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통계, 인종정보 ‘구멍’

확진자 52% 인종정보 누락…코로나가 미친 영향 실체 파악 어려워

CDC, 코로나19 자료수집 표준화했으나 과거자료 보완할 의무 없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이 관련 통계를 구축할 때 인종을 구별하지 않아 이 바이러스가 미친 영향의 실체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중 유색인종과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불균형 논란이 일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확인할 객관적 수치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4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의 52%는 인종 또는 민족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로 더 많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는 했으나 이는 8월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뒤늦게 코로나19 인구통계학 자료 수집 방법을 표준화하기는 했지만, 반년 가까운 기간 사이에 생긴 정보의 공백을 메우도록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인종 정보 누락은 질병 확산을 억제하려는 국가적 노력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소수집단에 얼마나 불균형하게 고통을 안겼는지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확진자와 사망자의 인종·민족 정보를 조사해온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의 벤 웨스턴 보건국장은 “코로나19가 급증하면 소외된 지역사회가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밀워키 카운티의 흑인 인구 비율은 27%이지만 이곳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46%가 흑인으로 분류됐다. 라틴계 인구 비율은 15%뿐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집계됐다.

미네소타주에서는 코로나19 통계의 인종 정보를 80%밖에 채우지 못했으나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한 흑인이 코로나19 확진자의 25% 이상을, 사망자의 8%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했다.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에서는 흑인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해당 카운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중 흑인 비중은 각각 31%, 36%로 집계됐다.

오클랜드 카운티 보건당국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콜터는 “코로나19 첫 번째 파도가 왔을 때 더 일찍 불균형에 대처했다면 우리는 아마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인종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주마다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라틴계가 거주하는 텍사스주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80% 이상, 사망자의 70% 이상의 인종 정보를 모르고 있다.

원주민의 코로나19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실정이다. 절반이 넘는 주가 코로나19 통계를 파악할 때 원주민을 “기타” 항목으로 분류하거나, 아예 수집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달 전 벤 카슨 주택 도시개발 장관과 팀 스콧 상원의원 주도로 코로나19가 낳은 인종 간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백악관도 한 달 전 소수인종과 소수민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네트워크를 보장하는 대규모 계약을 곧 체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계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았다.

뉴욕주에서 활동하는 의사 우셰 블랙스톡은 “우리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흑인과 라틴계 사회가 코로나19에 얼마나 취약했는지 결코 진정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뉴욕 그린우드 공동묘지에 조성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 추모지를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