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과 채권시장이 위험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하지만 언제 하락세가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어서 지금 바로 투자금을 회수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못 된다.
로이터통신은 19일 시장 강세론자들조차 지금 미국 주식과 채권값이 비싸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장밋빛 전망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후에 큰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춘 이후 나스닥지수는 50% 이상 상승했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는 250% 급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역시 1928년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투자 등급 및 투기 등급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 간 차이(스프레드)는 역대급으로 좁아졌다.
시장이 얼마나 과열돼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은 없지만 이런 지표들은 ‘경고’ 신호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여전히 해외 주식보다 미국 주식과 채권 매수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정이나 무역정책, 이민자 정책 등이 실제로 어떻게, 어떤 강도로 실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의 상·하방 가능성은 매우 넓다고 지적한다.
S&P 500지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약 10% 상승한 6,500선을 기본으로 제시하지만 24% 상승 가능성과 23% 하락 위험도 함께 있다고 본다.
유럽 최대 금융사인 HSBC도 미국 주식 및 채권 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이 은행 역시 미국 증권시장이 ‘위험 구간’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경고했다.
HSBC는 미 국채 금리가 특정 선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는 이자율 스와프 모델을 구축했다. 이 선을 넘어 금리가 유지되면 경제가 이상적인 상황과 반대로 되는 이른바 ‘거꾸로 골디락스(reverse Goldilocks)’ 상황이 나타나고 주식, 신용, 신흥시장 채권 등 위험 자산이 압박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모델에서 위험 구간의 촉매제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4.5% 선으로, 정확히 지금의 금리 수준이다.
HSBC는 보고서에서 “간단히 말해 미 국채 금리가 연 4.5% 이상으로 올라 유지된다면 모든 주요 자산군에 걸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낙관적 전망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밝혔다.
경고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지만 투자자들은 점점 더 낙관하는 모습이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동안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49.8%로, 이례적으로 높게 나왔다.
1987년 협회의 설문조사가 시작된 이후 수십 년간 이 지수가 50%를 넘은 기간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정이 예상되더라도 그 시점을 맞추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절묘하게 시점을 잡았다기보다는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게 주식시장이다.
지난 2007년 7월 주식시장에서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났을 때 당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찰스 척 프린스는 투자자들에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일어나서 춤을 추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