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대장암 환자, 유전자 치료로 완치”

 “4기 판정 후 임상시험 참여… 단 1회 투여로 암 사라져”

말기 대장암으로 삶을 포기할 뻔했던 미네소타의 한 여성이 유전자 기반 면역치료 임상시험에 참여해 극적인 완치를 이뤄냈다.

6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35세의 엠마 디머리는 23세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여러 차례의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면역치료 등을 받았으나 암은 전신으로 퍼지며 치료가 어려운 상태로 악화됐다. 의료진은 그녀의 암을 사실상 ‘불치’로 간주했다.

마지막 희망으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이었다. 해당 시험은 기존 면역치료와 달리, 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재설계한 후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기존 면역치료가 암세포 외부를 표적으로 삼았다면, 이 치료는 세포 내부까지 겨냥해 암세포가 면역공격을 피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치료를 주도한 에밀 루 박사는 “이 치료는 면역세포가 암세포 내부의 방패를 무력화하고, 보다 강력한 항암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디머리는 단 한 번의 치료로 암세포가 전부 사라지는 ‘임상적 완전 관해(clinical complete response)’ 판정을 받았다. 루 박사는 “4기 대장암 환자 가운데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10% 이하에 불과하다”며 “디머리의 사례는 전례 없는 수준의 회복”이라고 밝혔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암의 재발 흔적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받은 모든 스캔 결과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번 사례는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다. 루 박사는 “디머리처럼 탁월한 반응을 보인 사례를 더 많은 환자에게 확장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50세 이하의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대장암 진단 사례 10건 중 1건은 조기 발병(early-onset)으로 분류됐으며, 2030년까지 이 비율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암학회는 2018년부터 대장암 검진 시작 권장 연령을 50세에서 45세로 낮췄고, 혈액·분변 검사 및 대장내시경을 통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루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10대, 20대, 30대 환자들을 자주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는 4기 진단을 받을 때까지 증상이 없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디머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조기 검진과 임상시험 참여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전검사 등을 통해 나에게 맞는 치료법이나 임상시험을 찾을 수 있다”며 “운 좋게도 나는 이 치료에 맞는 유형의 암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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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대장암[출처: 삼성서울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