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월드컵, 트럼프가 비자 안 내주면…

2026 월드컵 애틀랜타 등서 열려…비자 대기 최장 700일에 해외 팬 ‘발 동동’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기다려온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혔다.

미국의 강화된 비자 심사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해외 팬들이 입장권을 구매하고도 미국 입국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The Athletic)에 따르면 현재 미국 비자 인터뷰 대기 시간이 최대 700일에 이르는 국가도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강화로 추가적인 입국 제한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연방 국무부가 발표한 주요 국가들의 비자 인터뷰 대기 기간은 콜롬비아 700일, 터키 560일, 모로코 332일
페루 442일, 멕시코 262일 등이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까지 46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팬들이 제때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팀들이라, 비자 문제가 월드컵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IFA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하이야 카드(Hayya Card)’ 제도를 도입해 월드컵 입장권 소지자에게 자동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들어 이를 거부했다.

또한 FIF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쉥겐 스타일 단일 비자 시스템’ 도입도 제안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비자가 필요한 팬들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무부 관계자는 “월드컵 티켓만으로는 입국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해외 팬들이 안정적인 직업, 여행 기록, 재정 상태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여행협회(USTA) 제프 프리먼(Geoff Freeman) 회장은 “현재 미국을 찾는 해외 방문객의 45%가 비자가 필요한 국가에서 온다”며 “비자 대기 시간이 이렇게 길다면 해외 팬들은 아예 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FIFA는 2026 월드컵이 미국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동안 반이민 정책을 더욱 강화하면서, 비자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2026년 월드컵뿐만 아니라, 2025년 라이더컵(골프), 2028년 LA 올림픽, 2026년 미국 독립 250주년 행사 등의 대형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비자 심사 정책이 유지된다면, 해외 팬들의 참여가 어려워지고 결국 ‘미국인들만의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여행협회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이 주도하는 정부 태스크포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트럼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2026년 월드컵은 개최국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로 확대된 최초의 월드컵이며, 본선 진출국도 48개국으로 증가한 첫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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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2026 월드컵이 열리는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구장/위키미디어 자료사진 Author Atlanta Falc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