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업 중인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교통체증과 교통사고 등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금지 움직임을 보인다고 CNN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CNN은 드라이브스루는 배고픈 운전자에게 편리함과 음식을 모두 제공하지만, 주문 대기 차량들이 도로까지 넘치면서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의 도보나 대중교통 이용도 저해하고 주변 다른 업체 방문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디자인회사 스탠텍의 데이비드 딕슨 연구원은 드라이브스루는 사람들을 동네에 붙잡아두는 동력이 되는 생활편의 시설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서 “더 자동차 중심적인 세상의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전역의 드라이브스루 점포는 총 20만개로 추정된다. 미국인들은 1년에 드라이브스루 차로를 60억 차례 방문하고, 맥도날드와 같은 주요 체인점에서는 미국 내 매출의 70% 이상을 드라이브스루 점포에서 낸다.
드라이브스루는 1950년대 캘리포니아주에 처음 생겼는데 이후 수십년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며 교외 지역 규모가 커지고 맥도날드, 웬디스와 같이 새로운 패스트푸드 체인이 등장하면서 점차 확산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식당들이 내부 좌석을 폐쇄하면서 급격하게 늘어났다.
앉아서 식사하는 식당보다 더 작은 공간, 적은 직원·유지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 때문에 체인 업체들은 드라이브스루로 대거 전환했다.
외식업계 조사업체 테크노믹에 따르면 미국 내 드라이브스루 매출은 지난해 기준 1천330억달러(약 174조원)로, 2019년보다 30%나 늘었다.
실제로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과 샐러드 체인 스위트그린은 팬데믹 기간 첫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열었고,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인 타코벨과 치폴레 등 다른 체인점은 드라이브스루 고객만 상대하는 점포를 개점했다.
자동차를 타고 온 고객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보행자나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에서 먼, 자동차 중심 지역에 위치해야 할 것 같지만,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의 데릭 덤보 교수는 이들이 “정확히 더 나쁜 곳”에 자주 위치한다고 지적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운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속 간선도로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교차로나 인도에 보행자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시간이 짧아져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간선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길과 주변 차량에 더 집중하고 보행자를 살필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를 운영하는 체인 업체들은 진입 차로를 늘리고 인공지능(AI) 등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차로를 늘리면 더 많은 차량이 와서 교통 혼잡만 심해질 뿐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대두하자 일부 지역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의 제이슨 도지어 시의원은 과거 철로가 보행자 전용 산책로로 개발된 ‘애틀랜타 벨트라인’ 주변에 새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도지어 의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벨트라인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보행자 14명이 사망하고 47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사망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지난 2년간 발생한 것이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슈가 하우스 마을에서는 드라이브스루가 인도와 자전거도로, 자동차 주행 도로를 막는다는 주민 민원이 제기되자 도시계획위원회가 상업 지구에 신규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