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통령 탄핵, 그리고 애틀랜타 한인사회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22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최고 권력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했다. 3개월 간의 대장정 끝에 내린 이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수호해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가를 이끄는 최고 지도자라 할지라도 권한을 남용하고, 자신을 선택해준 국민을 배신했을 때 어떤 운명을 맞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특히 미국에 있는 한인 언론인의 시각으로 볼때, 미국에서 수입한 민주주의를 온갖 희생으로 발전시켜온 한국이 미국도 하지 못했던 자정 능력을 보여준 위대한 순간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은 단지 개인의 정치적 실패가 아니다. 극단적 진영 논리, 편 가르기, 상대에 대한 혐오로 국민을 분열시킨 비뚤어진 이념의 파산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구시대의 언어와 사고, 증오와 분열의 정치에 침묵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탄핵이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사회, 특히 애틀랜타 한인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이홍기 한인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선을 앞두고 그가 벌인 수상한 행적과 공금 유용을 둘러싼 문제 제기부터, 회장직 유지에 대한 각종 논란, 이어진 거짓말, 한인사회의 분열 조장 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단지 이홍기 개인의 도덕성이나 자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를 둘러싼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이 ‘정치적 연대’를 통해 개인 비리 사건을 이념 대결로 만들어 지역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는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한국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극우 성향의 이념을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그대로 투영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애틀랜타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존재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음모론을 조장하며, 한인사회의 건전한 담론 구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만, 그것이 허위 정보와 조작, 혐오 표현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홍기씨를 옹호하는 일부 유튜버는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언론의 원칙조차 무시한 채, 자극적인 제목과 허위 내용을 통해 조회수를 올리고, 특정 인사를 비호하거나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서는 근거 없는 불신이 퍼지고, 상식적인 토론조차 불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공동체의 신뢰는 작아졌다. 진실보다 선동이 먼저 전파되고, 지역사회는 피로감과 분열 속에 갇혔다.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의 배경에는 이처럼 왜곡된 정보 생태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한인회는 정치 조직이 아니다. 더구나 특정 정파의 대리전이 벌어지는 무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인회장은 모든 한인들의 권익을 대표하고,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애틀랜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한인회가 마치 ‘진영의 전초기지’처럼 오해되고 활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홍기 씨를 향한 우려도 결코 개인적 일탈에 관한 것이 아니다. 공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그 책임의 문제다. 자신이 자초한 의혹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내려야 할 결단은 명확하다. 더 큰 혼란과 분열을 막기 위해,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진정으로 한인사회를 위한 길이다. 지도자는 자신과 주변 세력의 권력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의 신뢰와 화합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날 줄 아는 용기야말로 지도자의 마지막 책임일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결국 탄핵이라는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더 이상 ‘누구 편이냐’로 국정을 판단하지 않고, ‘제대로 했는가’에 집중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마찬가지로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이제는 ‘우리 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가’, ‘신뢰와 도덕성을 갖췄는가’라는 기준으로 리더를 판단해야 한다.

더 이상 진영 논리와 낡은 이념이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한인사회는 정치 결사체가 아니다. 여야도 없고, 보수와 진보도 없다. 오직 있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이며, 서로를 존중하고 보듬어야 할 이웃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시대의 전환점 앞에서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극단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균형과 상식, 통합과 책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홍기씨 역시, 지금이야말로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고 조용히 물러나 한인사회가 새로운 질서와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도자는 떠나도 그 정신은 남는다. 바람직한 지도자는 무리하게 자리를 지키기 보다는 스스로 자리를 내줄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이해와 양보, 그리고 한인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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