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사랑은 사라지고, 증오만 남은 정치 목사들

“일부 목회자들의 대선 개입, 예수님은 과연 어떻게 보실까”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애틀랜타에서 열린 김문수 후보 지지 행사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지지 선언이 아니었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미국 시민권자들이었고 이들은 지지 현수막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특히 이러한 선거운동의 한 축에 한인사회 내 극우 성향의 은퇴 목회자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200명 이상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오는 24일에는 한인 교회 공간을 빌려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 예수의 이름으로 증오를 외치는 이들

이들은 평소에도 정치적 반대편을 향해 노골적인 증오를 감추지 않았다. 목사라는 이름을 걸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정치적 이념에 종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활동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지지 집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 ‘용서’, ‘진리’가 아니라 ‘좌파 타도’, ‘공산주의 박멸’, ‘이죄명’과 같은 혐오적 표현이다.

이들은 늘 ‘애국’과 ‘구국’을 외치며 정치 개입을 정당화하지만, 복음은 어떤 국기도 들지 않는다. 단지 이러한 구호는 이른바 ‘좌파’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십자가는 증오가 아닌 용서와 희생의 상징이며, 그 이름으로 분열을 선동하는 행위는 결코 예수님의 길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의견 표현을 넘어,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농후한 불법 선거운동일 뿐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 ‘내 편 아니면 적’ 이분법 정치 이념의 망령

은퇴한 일부 목회자들은 “보수는 애국이고, 진보는 반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깊이 빠져 있다. 그리고 그 프레임 속에 예수를 가둬버렸다. 복음은 더 이상 그들에게 회복과 구원의 메시지가 아니라, 정치적 적을 공격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이들은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거짓말쟁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증오의 메시지를 내는 한편 교회를 정치 집회 장소로 만들고, 교인들에게 투표 성향을 압박하며, 공공연히 자신들의 정치 성향을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 모든 행동을 ‘신앙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감싸고 있다. 그러나 신앙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제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복음은 원수를 미워하기보다는, 내 곁의 사람을 품으라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 가르침을 정치적 무기로 둔갑시켜 자신들의 이념과 정체성만을 절대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 위기의 교회, 엇갈린 책임의식

미주 한인 교계는 지금 위기의 길목에 서 있다. 2세, 3세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단지 시대의 흐름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잃고 증오와 분열의 상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위기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할 은퇴 목회자들 중 일부는 이를 외면하고 정치 집회 조직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들이 휘두르는 정치적 구호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닫게 만들고 교회의 공공성과 도덕성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왜곡된 종교 활동이 한인 교회들을 더 빠르게 고립시키고 있음을 그들은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

◇ “진영의 전사가 아니다…약자의 편에 서야”

복음은 늘 약자의 편에 섰고, 진리는 늘 권력 앞에서 불편했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은 스스로를 ‘진영의 전사’로 착각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휘두르려 한다. 바로 이러한 시도가 교회를 욕되게 하고, 신앙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단톡방에서 누군가를 심판하고, 집회 장소를 논의하며, 복음의 이름을 정치 도구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름은 권력을 위한 깃발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희생이었다. 그 이름을 팔아 분열을 조장하고, 증오를 유포하는 이들은 더 이상 목자가 아니다.

그들은 ‘목사’라는 호칭으로 자신을 감싸지만, 실상은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거짓 선지자’에 가깝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이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 때다. “예수님의 이름을 빌려, 당신들의 정치 놀음에 복음을 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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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