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1400불 현금 부양안 쉽게 통과 안시킨다”

50석 파워야당의 실력과시 “허니문 없다”…바이든 속도전 제동

필리버스터 폐지 등 놓고 초반부터 대립…’팽팽한 힘겨루기’예상

조 바이든 대통령이 ‘통합’을 부르짖으며 취임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산안을 비롯한 핵심 현안들이 상원에서 줄줄이 제동이 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의석수가 정확히 50대 50으로 갈린 탓에 상원은 바이든 행정부 취임 나흘이 지나도록 팽팽한 대립 속에 기본적인 운영 규칙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

운영 규칙과 관련해 현재 양당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 여부에 대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상원에서 필리버스터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을 처리하려면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주요 법안 처리 및 공직자 인준 등이 필요할 때마다 공화당에서 추가로 10명의 지지를 끌어와야 하는 셈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초기 핵심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있어 민주당은 번번이 공화당의 제동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민주당 안팎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왔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런 움직임이 표면화하고 있다.

상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될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은 “우리에겐 막대한 어젠다들이 있고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노동자 단체인 ‘픽스아우어세넛'(FixOurSenate)은 필리버스터 폐지를 위한 광고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필리버스터 폐지 압박이 민주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양당의 첨예한 대립 끝에 상원의 운영 규칙이 변경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민주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인준 저지를 막고자 대법관을 제외한 대통령 지명직 고위 공직자 인준에 필요한 찬성표를 상원 60표에서 단순 과반, 즉 51표로 완화하는 이른바 ‘핵옵션’을 도입했다.

공화당도 2017년 민주당이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반대하자 대법관에 대한 상원의 필리버스터 권한을 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움직임에 즉각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WP에 따르면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상원 연단에 올라 미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더 작은’ 다수당으로 만들어 상원을 공평하게 둘로 나눴다는 점, 또 ‘통합’을 약속한 대통령을 선출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매코널 대표는 이어 “미국 국민이 (어느 한쪽에 힘을 몰아주지 않고) 양쪽에 각각 상당한 힘을 위임한 건 다 이유가 있다”며 “이 믿음을 존중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원 의석수를 ’50 대 50’으로 만든 민의를 내세워 민주당의 독주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매코널 대표는 앞서 취임식 이틀 전에도 공화당 동료 의원들에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필리버스터를 유지하는 데 합의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력도 기대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공화 의원들을 인용, 매코널은 필리버스터를 지키는 것이 단순히 공화당을 결집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를 분열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의 온건파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폐지에 공개 반대하고 나서는 등 입장차가 표출됐다.

이 문제는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치유’, ‘초당적 협력’ 등을 내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에서 36년 동안이나 의정활동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만약 공화당이 상원에서 어젠다 추진에 방해가 될 경우 필리버스터 폐지를 “들여다보겠다”고 말했으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2일 대통령이 아직 그 지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안이 “초당적 안이 되길 바란다”면서 양당 대표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제안한 1조9천억 달러(약 2천99조원) 규모의 코로나 경기부양안 역시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공화당의 반대로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들의 상원 인준 역시 지체될 수 있다.

양당은 이밖에도 상원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장 배분, 위원회 예산 및 직원 채용 등 세부 문제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상원은 다음달 9일 시작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준비에도 나서야 한다.

이런 모든 상황이 교착상태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핵심 공약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존 호븐(공화·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은 양당의 긴장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허니문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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