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62엔대 추락…일본 당국 개입 가능성 고조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 대비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엔화는 30일 아시아 거래 초반 달러당 162.27엔까지 약세를 보였고, 이후 162.58엔까지 밀리며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사쓰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날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확인된 것처럼 단호한 조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노루 기하라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환율 변동에 덜 취약한 경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엔화 수준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했다.
◇ 162엔대 추락…당국 개입 경계감
노무라의 줄리아 왕 북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는 엔화가 수십 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입이 특정 환율 수준에 기계적으로 묶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엔화가 새 약세 구간에 들어서면 일본 내에서 통화 약세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공식 대응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은 “개입은 특정 수준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환율 움직임의 성격과 달러·엔 흐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수준이 민감한 구간이며, 일본 내 통화 약세 우려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개입이 시장 전체 흐름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일본과 미국 사이의 금리 및 실질수익률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 미일 금리차가 엔화 약세 압박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미일 금리차가 있다.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화 매도 압력이 커진다.
일본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1%로 인상했다. 이는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2024년 시작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인상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0.75%로 올린 이후 첫 추가 인상이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여전히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란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장기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일본 40년 만기 국채금리는 7bp 오른 3.779%,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약 8bp 상승한 3.914%를 기록했다.
◇ 과거에도 대규모 시장 개입
일본은 지난 4월과 5월 사이 엔화 방어를 위해 11조7000억엔, 약 728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한 바 있다.
당시 4월 30일 엔화는 달러당 160.39엔에서 156.6엔으로 급격히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엔화는 다음 날 155엔 안팎까지 올랐지만 이후 다시 약세 흐름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일본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인 엔화 약세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왕은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 환율을 흔들 수는 있지만, 엔화의 장기 방향을 바꿀 정도의 요인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 미국 여행객엔 일본 방문 유리
엔화 약세는 미국 달러를 보유한 여행객에게는 일본 여행 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크게 낮아지면 미국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숙박, 식사, 쇼핑, 교통비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낄 수 있다. 같은 100달러를 환전해도 과거보다 더 많은 엔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지출 비중이 큰 자유여행객이나 가족 여행객에게는 환율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호텔과 항공권 가격은 성수기 수요에 따라 별도로 오를 수 있지만, 현지 식비와 교통비, 쇼핑비 측면에서는 달러 강세가 여행 부담을 줄여준다.
다만 엔화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개입이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 환율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현재 환율 흐름만 놓고 보면 미국 거주자에게 일본 여행을 검토하기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여행 비용은 항공권 가격, 호텔 수요, 방문 시기, 환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