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뉴스큐] ‘위험한 불복 행보’의도는?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가 9일에 이어 10일에도 YTN 뉴스큐에 출연해 대선 이후 미국 정가의 동향을 전달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과 문답 내용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질문 1)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경질한 직접적인 이유는 뭡니까?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욕을 줬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월 인종차별 철폐 시위 당시 군을 시위진압에 동원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사를 정면으로 반대했고요, 밀리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수뇌부의 힘을 업고 자존심이 센 트럼프의 뜻을 꺾었습니다. 이어서 남부연합 깃발을 군기지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까지 내렸는데요 이 조치가 은근히 이 깃발을 옹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또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때부터 에스퍼 장관도 아예 사표를 써서 양복 안에 넣고 다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당선됐어도 어차피 경질 대상이었는데 낙선 위기로 화가 나니까 곧바로 자른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1-1) 에스퍼 장관이 해임 일주일 전 언론 인터뷰를 했던데요. 해임을 직감한 듯한 발언을 했다고요.

네 군사 전문매체인 밀리터리 타임스와 대선 다음날인 4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날만 해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었는데요. 에스퍼 장관은 이날 아예 퇴임하는 것을 전제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만약 내 후임이 정말 예스맨이라면, God Help Us, 하나님이여 우리를 도우소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컸다는 반증인데요. 에스퍼 장관은 6월 시위 사건 이전에는 ‘예스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본인이 예스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에스퍼는 “대통령과 싸우기로 결정한 사람도 나 자신이며 지금도 그러한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질문 2)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레임덕을 차단하고 불복 정국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지요?

미국 연방정부의 캐비넷, 즉 내각에는 18명의 장관이 있는데요 가장 파워가 있는 장관을 꼽으라면 단연 국방부 장관입니다. 미국 국가예산의 15%를 사용하고 있고, 국가 안보의 핵심축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힘센 부서의 수장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방법으로 레임덕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선거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타겟은 또다른 핵심 권력기관인 CIA 지나 하스펠 국장과 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둘 다 트럼프의 뜻과는 달리 오바마 정권 당시의 비리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괘씸죄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인사를 단행하면서 “나는 아직 힘있는 대통령이고, 끝까지 선거소송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질문 3)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본인과 가족 기업에 대한 탈세 수사 성폭행 등 각종 형사소송과 관련해 백지 사면, 셀프 사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까?

트럼트 일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수사와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뉴욕주 검찰과 맨해튼 지방검찰이 5년 가까이 하고 있는 트럼프 재단 비리 수사입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대출이나 보험 보상을 받을 때는 자산을 뻥튀기하고, 세금보고 때는 축소했다는 혐의인데 모두 중범죄입니다. 특히 검찰이 이미 상당부분 기소할 만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에게 처벌을 하지 않는 암묵적인 전통이 있습니다.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퇴임후 감옥에 가야했지만 결국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후임인 포드 대통령이 기소도 되기 전에 ‘완전하면서도 무조건적인’, 한마디로 묻지마 사면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러한 전통이 지켜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스니다. 우선 현재 뉴욕주의 수사는 대통령의 사면 대상인 연방범죄가 아닙니다. 이러한 혐의는 주검찰이 기소하고 주대법원에 의해 형이 확정되기 때문에 사면대상이 안됩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법적인 논란이 있어서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또 바이든 당선인 진영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딜을 한다면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선거 관련 소송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당장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직 남은 방법은 셀프 사면인데요. 헌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에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4) 그런데 지금 연방총무국이 아직도 바이든 당선인에 어떤 비용도 제공하지 않고 또 당선인으로 받는 국가안보 브리핑도 받지 못하고 있죠?

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의 당선 확정 발표후 패배자가 이를 시인하고 축하전화를 하는 것이 관례였고 축하전화 후에는 곧바로 정권인수 작업이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관례를 지키지 않고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질문 5) 정권인수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건데요.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불복 행보가 언제쯤 멈출 것으로 보고 있습니까?

어제 국방장관 해임 등을 통해 소송을 멈출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기 때문에 12월 7일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선거는 아시는대로 각 주정부가 관할하고 책임을 지는 제도입니다. 연방법률에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12월의 2번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 즉 12월 14일에 각 주에서 지정한 선거인단이 모여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요식적인 투표를 실시합니다. 이에 앞서 각 주정부는 7일까지 어느 당 후보가 이겼는지 결정해서 선거인단 명부를 보내야 합니다.

결국 트럼프 캠프측이 진행하고 있는 모든 소송에 대한 판결도 12월 7일 이전에 마무리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헌법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이 시기를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12월23일까지는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합니다. 각종 소송이 연방 대법원까지 갈 경우 12월23일, 그렇지 않을 경우 7일이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6) 전날 공화당 내 분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해주셨는데, 추가로 나온 관련 소식이 있습니까?

현재 공화당에서 가장 파워있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대해 100%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인데요. 언론이 아니라 각 주정부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결정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고요. 행간을 잘 읽으면 각 주정부가 공식적인 선거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승복해야 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도 이날 “합법적인 투표가 집계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백악관 대변인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선문답같은 주장이었고요. 펜스 부통령은 아예 오늘부터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난다고 합니다.

한편 이날 공화당 소속인 마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가 바이든 후보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상원의원 3명, 주지사 4명이 승복을 선언했고 하원의원들의 선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문 7) 트럼프 대통령, 화이자의 백신 개발 발표에 대해서도 왜 대선 끝나고 발표하느냐며 불만을 터드렸다면서요?

선거 이전부터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했습니다. 코로나는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종식된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코로나 팬데믹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주류 언론과 민주당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포라는 음모론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불만도 연장선상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전담팀까지 만들어서 초고속 백신개발을 주도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속이 상할 만한 만한 일이지만 사실 화이자는 전략적으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은 기업입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백신 개발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선거결과가 좋지 않으니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질문 8)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화이자의 백신 개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접근을 호소하고 마스크 착용과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요?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 하더라도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 같이 광활한 지역에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을 배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백신이 개발됐다는 뉴스 때문에 자신이 추진할 방역 대책에 차질이 빚어질까봐 우려해서 나온 발언으로 보입니다.

질문9)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 상실에 따른 복수심과 공포심으로 충성파 지지자를 부추겨 소요사태까지 일으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어제 폭스뉴스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대규모 선거불복 유세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엇보다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소송 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흥분한 지지자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최근 선거 불복 기자회견에서도 “지지자들이 나서는 것을 말리지 않겠다”면서 은근히 소요사태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불복과 소송이 길어질 수록 미국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는 걱정이 많은 상황입니다. 부디 각주의 선거 상황이 신속하게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