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원자재 급등에 인플레 공포 배가”

연준 긴축 압박 시험대…기업 수익도 감소

원자재 급등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박이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에 가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수익 줄고 개인 비용 늘어…연준 시험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글로벌 경제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취약한 기업과 소비자 개인은 지속적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울 수 있다고 WSJ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원자재는 시장 전반에서 금융위기 혹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목재, 철광석, 구리는 모두 사상 최고를 경신했고 옥수수, 대두, 밀은 8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유가도 2년 만에 최고까지 치솟았다.

오는 10일 미국의 소비자가격지수(CPI)가 나오면 원자재 상승세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입을 모은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달 미국 CPI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9일 공개될 중국의 생산자가격지수(PPI)는 원자재 랠리로 인해 2008년 8월 이후 최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이코노미스트들과 중앙은행들은 원자재 가격상승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은 원래 변동성이 큰 데다 소비자 인플레이션에 차지하는 비중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의 수익이 쪼그라 들고 소비자들도 기름값, 식료품비, 외식비 상승을 겪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가격을 올리는 변수들은 다양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내놓은 막대한 정책 지원으로 경기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했다.

이제 중앙은행들은 원자재 상승을 일시적으로 보고 계속 무시할지, 아니면 과열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비롯한 정책 수단을 통해 좀 더 빨리 대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WSJ는 조언했다. 1970년대 많은 국가들은 오일 쇼크에도 성장과 고용에 방점을 두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오히려 경제 후퇴를 겪었다. 이에 브라질, 러시아, 터키와 같은 개발 도상국들은 원자재 급등에 이미 긴축에 나섰다.

◇”원자재, 소비물가 영향력 적어”

하지만 미국,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실업률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더 오르려면 “강력한 고용시장이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원자재가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원자재는 주로 생산물가를 높이지, 선진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고 WSJ는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면서 최종 완성품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줄었다고 뉴욕 연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평가했다. 나티시스은행의 더크 슈마허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유가는 인플레이션에 중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의 대부분은 팬데믹 이후 경제재개에 따른 보복성 수요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연말로 갈 수록 미국 소비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옮겨 가면 원자재 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박은 줄어들 것이라고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부채 및 신용 증가를 억제하면서 산업용 금속의 중국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덧붙였다.

뉴욕의 한 상점 앞에 줄선 소비자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