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최대 경합주 조지아주, 아시아계 유권자가 승패 좌우
한인타운인 귀넷서 격돌한 두 후보 선거 결과에 전국 주목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조지아주 최대 한인타운인 귀넷카운티의 지역구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인 미셸 강 후보(민주)와 친한파 정치인 맷 리브스 후보(공화)의 주하원 대결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WP는 30일 “아시아계가 조지아주의 정치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선 최대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아시아계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그룹”이라고 소개한 뒤 “이들이 어느 당을 지지할지 예측할 수 없어 주의 정치적 역동성이 요동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챗 GPT의 도움을 받아 영문 기사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이건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미셸 강 후보는 현관에 서서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남아시아계 남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 후보는 조지아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이 선거가 그의 삶에 미칠 영향을 강조하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후보 자격을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이자 1세대 한인 이민자인 미셸 강은 조지아 주하원의 99지역구에 출마해 초선 의원인 공화당 맷 리브스에 도전하고 있다. 리브스 역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한때 주로 농촌 지역이었던 귀넷카운티 북부의 이 지역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유입으로 다문화적인 교외 지역으로 변모했다. 현재 이 지역 인구의 약 3분의 1이 조지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그룹인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이러한 인구 변화는 경합주인 조지아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선거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강 후보를 포함한 6명의 후보를 조지아주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로 홍보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는 리브스를 선거자금 투입이 필요한 4명의 취약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으로 선택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조지아 주의회에는 아시아계 미국인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조지아와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조지아주 의회에서 아시아계 출신 정치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21년까지 조지아 주의회에는 5명의 아시아계 미국인 의원이 있었고, 3년 후인 2024년에는 그 수가 2배 이상 증가해 총 11명이 되었다. 이 중 9명은 민주당 소속, 2명은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 180명과 상원 56명으로 구성된 조지아주 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계 인구가 전체의 15%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10명)와 10%를 차지하는 뉴욕(10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조지아주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4.5%에 불과하지만, 조지아주의 아시아태평양계(AAPI) 코커스는 미국 본토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에모리대 정치학 교수인 버나드 프라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백인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주 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정치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을 선거 관계자들이 잘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계의 부상으로 어느 정당이 더 큰 혜택을 받을지는 불확실하다. 에모리대 정치학 교수인 안드라 길레스피는 “백인과 흑인 미국인들에게 조지아주는 정당 정체성과 인종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주”라고 설명했다. 백인 유권자들은 주로 공화당을 지지하고, 흑인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새로 유입된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더 예측하기 어려운데, 이는 이들이 다른 인종 그룹에 비해 미국 외 국가, 특히 중국, 베트남, 한국 등에서 태어난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주주의 또는 독재 국가 등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지녀 하나의 동질적인 커뮤니티로 보기 어렵다.
교회에 다니며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아시아계 미국인들 중 일부는 자신의 민족 그룹에 속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이들은 종교적 가치관과 더 잘 맞는 후보를 선호하기도 한다. 11월에 강 후보과 리브스 후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보수적인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에서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우선시할지가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브룩헤이븐에 위치한 다인종 교회인 오픈 테이블 커뮤니티의 데이비드 박 목사는 “제가 아는 젊은 성인들 중에서는 종교적 공통점보다 민족적 정체성이 더 신뢰할 수 있는 투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한국계와 동아시아계 미국인들 중에서 전통적으로 복음주의나 보수적 교회에 속했던 이들은 자신의 신앙과 윤리가 더 이상 맞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나이가 많은 세대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보수적이며, 교회에 다니는 대부분의 고령층에게는 낙태 반대(Pro-life)와 가족 가치는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계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아, 약한 정당 소속감이 주 정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길레스피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민주당이 백인 유권자들과 겪는 격차를 상쇄시킬 수 있어 공화당의 우위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투표 숫자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표차보다 많았다.
조지아주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2020년 전체 투표의 2.7%로 거의 두 배 증가했으며, 이는 그 해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례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각각 16%와 10% 증가했다. 조지아주립대 정치학 명예교수인 다니엘 프랭클린은 2020년 대선 이후 2022년 주 선거에서 소수 민족의 투표율이 감소했지만, 아시아계 미국인들만 예외였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북동부에 위치한 이 지역에서는 도로를 따라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로 된 간판들이 줄지어 서 있으며, 이곳에서는 우베 선데이(Ube Sundaes)부터 스킨케어 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눈에 띈다. 이 지역의 아시아 카페들은 스타벅스보다 훨씬 많으며, 팥빵, 리치 음료, 그리고 서울에서 인기를 끈 “한국 커피”라는 달콤한 음료 등 다양한 스페셜티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한국의 최대 전통 시장에서 이름을 따온 남대문 마켓이 서로 20분 거리 안에 두 곳이나 있다.
“3개 가정 가운데 1개는 아시아계 가정을 볼 수 있지만, 지역 리더십에는 변화가 없다”고 2018년 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아이샤 야쿱 마흐무드는 말했다. 그는 “여전히 백인 공화당 의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계와 도시 지역 커뮤니티들이 그곳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어 그 자리를 뒤집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처음에 증가하는 인종적 폭력에 의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일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반중국 발언에서 비롯되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인들을 바이러스를 미국으로 들여온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촉발되었다.
이후 2021년 애틀랜타 총격범이 두 개의 스파에서 아시아 여성 6명을 포함한 8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범은 성 중독이 범행 동기라고 주장했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활동가들은 이 사건을 인종적 증오 범죄로 널리 인식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은 사상 최대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총격사건의 이듬해2022년 역사적인 AAPI 후보자들의 출마가 대거 이뤄졌다.
주하원의원으로 2016년 조지아주에서 첫 아시아계 민주당 의원으로 선출된 샘 박 의원은 이 총격 사건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켰으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모범적 소수자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커뮤니티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반드시 의사 결정 테이블에서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57세의 미셸 강 후보는 2021년 총격 사건 이후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전에 다른 캠페인에서 일했으며, 귀넷카운티의 아시안아메리칸센터(대표 지수예)를 관리하면서 한국계 커뮤니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했다.
강 후보는 “그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진정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 정책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래서 의원이 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옹호자 역할을 해왔지만 AAPI들을 돕기 위해 이제는 입법자가 되고 싶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46세의 맷 리브스 후보는 비즈니스 및 부동산 변호사로 2018년과 2020년 주상원 선거에서 두 차례 실패한 후 2022년 주 하원의원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종종 AAPI(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계) 문화 행사에 참석하는데 그중에는 많은 인원을 끌어모을 가능성이 적은 행사들도 포함된다. 그는 7월 한 지역 경찰서에서 열린 “한국 노인 사기 방지 세미나”에서 연설했다. 이 자리에는 10명의 한인 노인들과 어린이 1명이 참석해, 연설자들이 납치범이나 사기꾼으로 밝혀진 새로운 연인 등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기 사례를 소개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브스 후보는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지역 내 다른 소수 민족 그룹의 행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21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가족을 키우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지역의 시민 생활에 활발히 참여한 누적된 경험의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셸 강 후보 역시 여름 동안 아시아계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 필리핀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브루어리 믹서 행사와 던우디에서 열린 대만 문화 쇼케이스에 참석했는데, 던우디는 그녀의 지역구 밖에 위치해 있지만 이러한 행사를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그녀의 전 선거 캠페인 매니저인 호르헤 그라나도스가 전했다.
미셸 강 후보는 때때로 아시아계 커뮤니티 내부에서 장애물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녀가 자신의 선거 캠페인을 지지하는 “다문화 콘서트”를 열기 위해 다섯 개의 한인 교회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한 교회를 제외한 모두가 이를 거절했다. 한국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교회는 보통 중심 역할을 하는데, 강 후보는 “대부분의 경우 한국 교회들은 매우 보수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