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초판부터 유명인 사진까지…사교 네트워크 실체 드러나
뉴욕타임스(NYT)가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뉴욕 맨해튼 저택 내부 사진을 5일 단독 공개했다. 해당 저택은 엡스타인이 생전 각국의 정치·경제·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파티와 사적 만찬을 열었던 장소다.
NYT는 “이번 보도는 엡스타인을 둘러싼 권력 네트워크의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 사진 수십 장을 통해 저택 구조와 내부 장식, 소장품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7층 규모의 저택 입구 복도에는 엡스타인이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수십 장이 액자에 담겨 전시돼 있었고, 중앙 홀 천장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밧줄을 쥔 여성 조각상이 매달려 있었다.
1층 식당은 엡스타인이 각국 인사들을 접대하던 공간으로, 손님용 의자에는 표범 무늬가 입혀져 있었고, 마술사 공연, 수학 공식 칠판까지 준비돼 있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복도에는 일론 머스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믹 재거, 피델 카스트로 등과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빌 게이츠가 서명한 1달러 지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사진도 있었다.
워싱턴 자택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 기슬레인 맥스웰과의 사진도 확인됐다. 맥스웰의 모습은 일부 사진에서 의도적으로 잘려나간 상태였다.
2층 사무실에는 1955년 초판 ‘롤리타’가 전시돼 있었고, 박제된 호랑이 장식이 양탄자 위에 놓여 있었다. NYT는 3층을 침실과 마사지실, 욕실이 있는 공간으로 소개하며, 침대 구석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모습도 사진으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마사지실에는 벌거벗은 여성 그림, 은색 쇠공과 족쇄, 윤활제 등이 진열돼 있었으며,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이 공간은 10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주요 장소였다.
엡스타인의 2016년 생일에 전달된 축하 편지 7통도 함께 공개됐다. 편지를 보낸 인물은 우디 앨런,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언론 재벌 모티머 주커먼,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MIT 미디어랩 전 소장 조이치 이토, 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 등이다.
바라크 전 총리는 “사람을 수집하는 호기심 많은 인물”로 엡스타인을 묘사했고, 우디 앨런은 “이 저택은 루고시가 여성 뱀파이어들과 사는 드라큘라 성 같다”고 표현했다.
크라우스 박사는 NYT의 질의에 “편지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과학자들과 지적 토론을 한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인물들은 언론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