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초대석] “영어가 들려야 미국이 보입니다”

‘쓸만한 영어’ 강좌 한우물…30만 유튜버 소피 반 인터뷰

미국문화와 생활 바탕 둔 생생한 ‘실전영어’ 강의로 인기

통역사 활동하며 한인 대상 교습도…큰 딸 리아도 인기스타

소피 반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학교와 법원 등에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영어 소통 때문에 곤란을 겪는 한인들이 너무 많아요. 사정도 모르는 자녀들이 부모의 통역을 맡아야 하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미국에서 통역사로 활동하면서 한인 대상의 영어교육 유튜브 채널을 개설, 현재 30만명 가까운 구독자에게 ‘쓸만한 영어’를 전파하고 있는 소피 반씨를 뷰포드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6년 첫 방송을 시작해 5월로 7년차 유튜버가 됐다는 반씨는 “한국에서 10~20년간 영어교육을 받고 미국에 이민한 한인들이 생활 속에서 영어 때문에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했다”면서 “통역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좋았는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인들의 영어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거주하다 2년전 조지아주로 이주한 그는 “식당이나 상점에서 돈을 쓸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유틸리티 회사나 아파트 오피스에 전화를 하거나 아이들 학교 선생님을 만날 때는 겁부터 내는 한인들이 많다”면서 “한인들에게 올바른 영어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보람으로 7년간 꾸준히 채널을 지켜왔다”고 회상했다.

소피 반 유튜브 채널의 시청자는 미주 한인사회를 넘어 한국으로도 크게 확장됐다. 유학을 준비하는 국제학교 학생과 학부모부터 반씨의 딸 리아를 보기 위해 매일 시청한다는 할머니 시청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기죽지 않고 쓸만한 영어’를 배우고 있다. 현재 중학교에 재학중인 딸 리아는 방송 초기부터 참여해서 생생한 현장 영어와 원어민 발음을 전달해 엄마보다 더 유명한 스타가 됐다. 반씨는 “리아와 함께 일생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는데 유튜브가 어느새 리아의 성장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됐다”고 말했다.

소피반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때로는 악성 댓글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지만 용기를 주는 댓글이 훨씬 많다는 반씨는 “선생님 덕분에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먹을 수 있었다거나,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말고 진짜 마시고 싶었던 커피를 주문할 수 있었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소피 반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생활과 문화에 바탕을 둔 철저한 ‘실전영어’ 강좌이다. 차를 몰고 직접 정비소를 찾아 차량의 문제를 설명하고 정비를 받는 과정에서 쓰이는 영어를 설명하고, 자녀의 학교에서 선생님과 상담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 문장 등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소개하는 방식이다. 반씨는 “남편한테만 의지하다 처음으로 영어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어머니들의 격려가 특히 고맙다”면서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의 연령대 구독자가 가장 많으며 20대 구독자들은 내가 롤모델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씨는 유튜브 강좌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4권의 영어교육 서적도 출간했다. 그는 “3권의 책을 내리 저술하다 보니 번아웃 증상이 와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때마다 도움을 주는 귀인들이 나타나서 위기를 넘기고 유튜브 채널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피 반 채널의 숨은 주역은 남편 대니 반씨다. 방송에서 ‘촬영감독’이라고 불리는 그는 아내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유튜브 도전을 권유했고 촬영과 편집 등 모든 제작과정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남편의 손을 거쳐 현재 소피 반 채널에 게시돼 있는 동영상만 1300개 이상이고 총 조회수는 3600만회를 넘어섰다.

영어교육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소피 반은 자신의 방송을 통해 “좋아요, 구독 눌러주세요”라는 부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강의 내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구독자를 유인하고 싶지도 않았다”면서 “광고 제안도 많지만 응하지 않고 있으며, 처음에 시작했던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씨는 유튜브 강좌 외에 개인 교습도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인들을 대상으로 줌을 통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매년 연초에 20여명으로 클래스를 구성해 집중적인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애틀랜타 한인들을 위해 오프라인 강좌개설도 준비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유튜버를 꿈꾸는 한인들에게는 “1~2년 안에 수익을 생각하면 안되며 마라톤처럼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선 해당 분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하고 그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돈만을 목적으로 하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소피 반씨는 “끝인상, 즉 마무리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서 “특히 딸 리아에게 재능과 열정을 사회에 나눠준 엄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이상연 대표기자

소피 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