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반도체법의 효과…미국서 공장 건설 급증

지난해 제조업 건설 지출 역대 최대인 1080억달러

LG에너지솔루션-GM 제3합작 공장 투자 발표
LG에너지솔루션-GM 제3합작 공장 투자 발표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공급망 차질의 여파로 지난해 미국에서 공장 건설이 대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연방 센서스국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제조업 관련 건설 지출이 1080억달러(약 142조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학교나 의료 센터 또는 사무실 건물을 짓는데 들어간 지출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후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려 하면서 수십년간 매년 4%씩 상승하던 미국의 생산 능력은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성장세를 거의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UBS의 크리스 스나이더 산업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미국의 생산 능력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제조업체들이 해외에 있는 공장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 미국 내 공장 건설이 늘어난 것은 IRA와 반도체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제정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천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도시 중심부와 농촌의 들판, 사막까지 새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미시간주 랜싱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 근처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 셀즈'(Ultium Cells)의 제3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얼티엄 셀즈는 이 공장이 일자리 1700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공사가 시작된 이후 수백명의 건설 근로자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을 겨냥한 푸드 트럭도 몰려들었다.

덴마크의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주 지역에 주로 공급했지만, 제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공장을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테네시주에 본사가 있는 영양보조제 업체 비레오 시스템스는 주원료인 크레아틴을 중국에서 수입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이 끊기자 네브래스카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2주 안에 문을 열 계획인 이 공장은 인근에서 조달된 재료로 크레아틴을 생산한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제조업 고용은 민간 부문의 10%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이 분야에 약 8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

그러나 전미제조업협회(NAM)는 실제로 이보다 80만명의 근로자가 더 필요하며 인력 부족 현상 등으로 제조업 호황이 단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내 많은 산업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할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듀크대 가치 사슬 센터의 게리 게레피 이사는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은 자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일부 조립이나 낮은 기술 생산을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다면 비용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데이비드 민델 공학·제조 역사학 교수는 산업의 주요 주기는 일반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며, 공장 건설 붐은 미국이 새로운 주기의 시작에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