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따른 조치…소수계 “주택 정책 소외 우려”
연방정부 산하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앞으로 모든 공지와 문서를 영어로만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로써 이민자와 영어 비숙련자를 위한 다언어 번역 서비스는 사실상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1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앤드류 휴즈 HUD 차관은 이날 전 직원에게 내부 지침을 통해 영어 이외의 언어로는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HUD는 통역 계약을 새로 체결하지 않고, 기존의 다언어 자료들도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즈 차관은 메시지에서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며, 하나의 언어로 소통해야 저렴한 주택 확대라는 사명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영어 공식 언어’ 지정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해당 명령은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제정된 다언어 행정서비스 제공 행정명령을 폐지한 것으로, 모든 연방기관에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각 기관에 다언어 서비스 현황을 조사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중단하라는 권고 지침을 지난달 배포했다.
그동안 HUD는 200개 이상의 언어에 대한 통역 및 번역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들을 위한 전담 지원 시스템도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수백만 이민자와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주거 정책 접근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공무원연맹(HUD 지부)은 “이는 HUD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사람들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폭력 생존자, 고령자, 저소득 이민자 등에게 언어 지원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실버만 뉴욕주립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내 스페인어 사용 인구는 약 4200만명, 중국어 사용 인구는 약 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선 당시 “미국은 영어를 쓰는 나라”라고 발언했으며, 취임 직후 백악관 스페인어 웹사이트를 폐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