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신분조정 원칙적 제한 방침…유학생·취업비자·시민권자 배우자까지 영향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체류 중인 외국인의 영주권 신청 절차를 대폭 제한하는 새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인 이민 신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연방 이민국(USCIS)은 22일 미국에 임시 체류 중인 외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원칙적으로 미국을 떠나 본국 또는 해외 미국 영사관에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을 허용할 수 있으며, 해당 여부는 USCIS 심사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5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 내 신분조정 관행을 사실상 뒤집는 내용이다. 그동안 합법 체류 중인 외국인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미국을 떠나지 않고 영주권을 신청하고 인터뷰와 승인 절차까지 마칠 수 있었다.
대상에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배우자, 취업비자와 학생비자 소지자,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이 포함돼 왔다.
한인사회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유학생, 취업비자 소지자, 종교비자 소지자,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시민권자와 결혼한 신청자, 그리고 가족초청이나 취업이민을 통해 미국 내 신분조정을 준비해온 사람들이다.
특히 미국에 직장과 가족 기반을 이미 둔 신청자가 한국으로 돌아가 영사 절차를 밟아야 할 경우, 장기 대기와 가족 분리, 직장 공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USCIS는 학생, 임시 노동자, 관광비자 소지자 등 비이민자는 특정 목적과 기간을 위해 미국에 오는 사람이라며, 미국 방문이 영주권 절차의 첫 단계처럼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이번 조치가 이민법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고 ‘허점’을 닫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민 변호사들과 지원단체들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USCIS는 새 방침이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이미 접수된 영주권 신청에도 적용되는지, 신청자가 해외에서 절차가 끝날 때까지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USCIS는 이메일 답변에서 미국에 “경제적 이익”이나 “국익”을 제공하는 사람은 미국에 머물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외 신청자는 해외에서 절차를 진행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사, 전문직, 기업 임원, 고숙련 취업비자 소지자 등 일부 신청자에게 예외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제 예외 기준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민 변호사들은 H-1B, L-1 등 이른바 ‘이중 의도’가 인정되는 취업비자 소지자에게도 새 지침이 어떻게 적용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인 전문직 종사자와 가족들이 영주권 최종 단계에서 미국을 떠나야 할 경우,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족초청 이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배우자나 시민권자·영주권자의 가족이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을 준비하던 경우, 해외 영사 절차로 전환되면 가족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떨어져 지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해외 미국 영사관의 비자 인터뷰 대기 기간이 1년을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과 망명 신청자, 인도적 보호를 받은 이민자들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신청자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안전하지 않거나, 현지 미국 대사관이 정상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A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대사관이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폐쇄된 사례를 들며, 일부 신청자가 현실적으로 본국 신청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인 신청자의 경우 한국 국적자는 대사관 접근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영사 절차로 전환되면 미국 내 기존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자녀 학교, 직장, 사업체, 주택 계약, 보험, 운전면허 등 생활 전반이 미국에 묶여 있는 신청자에게는 단순한 절차 변경 이상의 부담이 된다.
또 다른 쟁점은 ‘불확실성’이다. 이미 신분조정 신청서를 접수했거나 인터뷰를 기다리는 신청자, 노동허가증과 여행허가서를 받은 신청자, 가족초청이나 취업이민 우선일자가 가까워진 신청자들이 새 지침의 적용 대상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민 지원단체들은 이번 발표 이후 신청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는 신청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위축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 신청자들이 성급히 출국하거나 신청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새 지침의 시행일, 적용 대상, 예외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만큼 현재 체류 신분, 영주권 신청 단계, 출입국 기록, 가족관계, 고용 상황을 이민 변호사와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합법 이민 절차까지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행정부는 일부 국가에 대한 입국 제한, 비자 처리 중단, 난민 수용 축소 등 강경 이민 정책을 잇달아 추진해 왔다.
한인사회에서는 이번 방침이 실제 시행될 경우 영주권 신청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내 체류 중 신청하는 신분조정이 어려워지면, 앞으로 유학·취업·가족초청을 통해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인들은 입국 전부터 영주권 가능성과 절차, 체류 신분 유지 문제를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