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유권자 등록 독려, 5월 투표 취소 공고…재외국민엔 ‘왜’가 없었다
지난 11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이 ‘헌법개정안 국민투표 재외투표 취소’를 공고했다. 투표 예정일 9일 전이었다.
공고문은 짧았다. 국민투표가 실시되지 않게 됐으므로 재외투표도 취소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취소 자체보다 그 과정에 있다.
한국 외교부는 4월 7일 전 세계 재외공관을 통해 재외선거인 신고·신청 안내를 배포했다. 등록 기간은 4월 8일부터 27일까지였다. 불과 3주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다.
재외국민들은 갑작스럽게 공지를 접했고, 기간 안에 서둘러 등록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왜 갑자기 국민투표가 추진되는지, 어떤 내용의 개헌안인지, 왜 별도 재외국민 등록 절차가 필요한지, 실제 투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안내가 전혀 없었다.
애틀랜타총영사관 공지는 절차 안내 수준에 머물렀다. 등록 방법과 기간은 있었지만, 재외국민이 왜 이 절차에 참여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부분은 단순한 홍보 부족 문제가 아니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바라보는 한국 공무원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드러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행정 절차만 있고 그 목적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방식이다.
한국 유권자들은 언론 보도와 정치 뉴스 속에서 국민투표의 배경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접한다. 하지만 해외 거주 재외국민들은 다르다. 한국 정치 상황을 실시간으로 따라가기 어렵고, 공관 안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관은 단순 접수 창구를 넘어 최소한의 정보 제공 역할도 해야 정상이다.
특히 이번처럼 갑자기 짧은 기간 안에 등록을 진행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재외국민 입장에서는 “무엇을 위한 등록인지”, “왜 지금 신청해야 하는지”,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충분히 설명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행정 절차 중심이었다.
그리고 정작 등록이 끝난 뒤 상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개헌안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외교부나 공관 차원의 별도 설명은 없었다. 결국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되자 취소 공고가 올라왔다.
사실 필요한 것은 거창한 대응이 아니었다. “현재 국회 논의 상황에 따라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 한 줄의 중간 설명만 있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등록 단계에서도 설명은 부족했고, 이후 상황 변화 과정에서도 안내는 없었다. 재외국민 입장에서는 신청만 받아놓고 결과는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구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2009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어렵게 제도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인식해 취임 직후 “재외국민이 참정권 행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최대한 선거 참여를 편리하게 바꾸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외교부와 일선 공관의 행정은 이와는 거꾸로 진행된 셈이다. 참정권은 신청 링크를 열어두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왜 참여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상황 변화가 생기면 공유하고, 과정 전체를 안내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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