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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흙-공기 다음의 다섯 번째 원소는 ‘이야기’

paul 4 months ago (Last updated: 4 months ago) 1 minute read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서면 인터뷰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정을 일깨우고, 우리를 발전시켜서 변화의 희열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내가 더는 예전의 내가 아님을 확연히 느끼게 되니까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말이다. 에세이집 ‘다정한 서술자'(민음사)의 출간을 앞두고 26일 서면으로 그를 미리 만났다. 그동안 발표한 에세이집, 칼럼, 강연록 중 열두 편을 작가가 직접 선별해 묶은 책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올가 토카르추크 [민음사 제공. Karpati & Zarewicz / ZAiKS]

글을 쓴다는 것은 저자에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적절한 서술자를 자기 내면에서 발견하는 일이다. 토카르추크는 이번 책에서 ‘사인칭 시점’이라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선보인다. ‘사인칭 시점’이란 문법적인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인칭이면서 동시에 무인칭인 서술자를 말한다.

“제가 꿈꾸는 사인칭 서술자란, 극도의 전지적 시점을 가진 스토리텔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서술자, 예를 들어 개구리의 관점에서 새의 관점으로 자유롭게 시점을 넘나드는 초월적 지위를 가진 서술자, 저자의 한계를 초월하는 서술자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사인칭 시점은 각 등장인물의 개별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면서 동시에 전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시야를 가진 서술자, ‘총체적인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이끄는 소설적 시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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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
올가 토카르추크 [민음사 제공. Karpati & Zarewicz / ZAiKS]
토카르추크가 이런 문학적 실험을 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매번 소설을 쓸 때마다 ‘준비된 형식’을 사용하지 않고, 작품의 지향점과 주제 의식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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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방랑자들'(2007)에서 그는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공통분모로 100여 편의 다양한 글들을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텍스트인 셈이다. 그는 단선적, 연대기적 흐름에 따르지 않고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 중심 서사를 완성해냈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그는 글을 쓸 때도 새로움을 찾아 계속 ‘방랑’한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완성해 나가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텍스트를 시작할 때마다 지금까지 쓴 것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잊어버리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곤 합니다. 이런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형태를 찾는 시도 자체가 일종의 자기만족이기도 합니다. 모험을 떠날 때마다 탐험가가 느끼는 설렘과 흡사한 거죠.”

토카르추크에 따르면 문학의 우주에서 작가는 창작으로, 독자는 끊임없는 독서와 해석으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동등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매 순간 책을 펼칠 때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고 그는 말한다. 프랑스 시인 제라르 드 네르발의 말처럼 “소설은 두 번째 삶”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은, 이야기는 태곳적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그 어떤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세상에 대한 인간의 해석을 끊임없이 직조하는 과정이고, 이야기는 물, 불, 흙, 공기 다음의 다섯 번째 원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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