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했던 미군 노병 아흔살 넘어 전우회

1950년 장진호 전투서 생존한 해병 1사단 회동…”잊지 않을게요”

장진호전투 당시 전사자를 트럭에 싣고가는 美해병

20세기 전쟁사진작가 데이비드 던컨이 1951년 출간한 ‘This is war!(이것은 전쟁이다!)’ 사진집 중 일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미국 노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여 만에 재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 보도했다.

전날 열린 행사에는 6·25 전쟁 당시 미 해병대 1사단 소속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노병 모임에서 십여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90대인 이들은 새롭게 확장 개편한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둘러보고 만찬을 하며 전우들과 70년 전 참혹했던 그때를 회상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8년 별세한 부친 대신 행사에 참석한 딸 낸시 위글은 아버지가 겨울철 방한 용품에 집착하곤 했다면서 장진호 전투 당시 1사단 병사들이 영하 20도의 북한 산지에서 추위에 얼어 죽곤 했던 기억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일부 노병들은 한국전 당시 자신들의 희생이 고국인 미국보다 한국 등 해외에서 더 높게 평가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레이먼드 밀러(93)는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한국전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인 약 20여 년 전부터 자신의 참전 경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장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인 그는 참전 이후 처음으로 2007년 다시 한국을 찾았을 당시 한국인들의 환대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워런 위드한 전 해군 대령도 1970년대 방한 당시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적힌 문구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국인들이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에 지속해서 고마움을 표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진호 전투에서 3살 정도로 보이는 여아가 눈밭에 숨진 채 누워 있던 것을 떠올리면서 “나는 그 아이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당시 철수하면서 그 소녀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나는 지금도 소녀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말부터 보름 여간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해병 1사단 1만5000명이 북측의 임시 수도인 강계 점령 작전을 수행하던 중 12만 명의 중국군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2주 만에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전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