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미컬슨, PGA챔피언십 제패…최고령 메이저 우승

6언더파로 켑카 등 2타차 제쳐…50세 이상 우승도 처음

필 미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컬슨은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의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총상금 12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1970년 6월생으로 만 50세 11개월인 미컬슨은 53년 묵은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68년 PGA챔피언십에서 줄리어스 보로스(미국)가 세운 48세 4개월이었다.

50세가 넘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미컬슨이 처음이다.

메이저대회가 아닌 일반 PGA 투어에서도 미컬슨은 50세가 넘어서 우승한 7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미컬슨은 2019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 이후 멈췄던 우승 시계를 2년 3개월 만에 다시 돌렸다.

통산 우승 횟수도 45승으로 늘렸다.

현역 선수로는 82승의 타이거 우즈(미국) 다음이다. 역대 8위에 해당한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무려 8년 만이다.

2013년 7월 디오픈 제패 이후 7년 10개월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만 두 번 했던 그는 2016년 디오픈 2위 이후 1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2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한 부진을 씻었다.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도 6개로 늘어났다.

PGA챔피언십은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3차례, 디오픈에서 한번 우승했다.

우승 상금 216만달러(약 24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우승 상금보다 더 반가운 건 US오픈 출전권이다.

이 대회에 앞서 세계랭킹 115위였던 미컬슨은 자력으로 US오픈 출전이 어렵다고 보고 특별 초청을 받아들였지만, 이번 우승으로 자동으로 출전권을 확보했다.

US오픈은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5년 동안 출전을 보장한다.

US오픈은 미컬슨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려면 한 번은 꼭 우승해야 하는 대회다.

미컬슨은 세계랭킹도 32위로 올라, 다시 50위 이내로 복귀했다. 2019년 11월에 26년 동안 머물렀던 세계랭킹 50위 이내에서 밖으로 밀린 지 2년 만이다.

미컬슨은 “믿어지지 않는다.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우승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다른 (노장)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미컬슨은 강한 바람과 험난한 코스 세팅에 고전했다.

7번 홀까지 버디 3개에 보기 3개를 곁들여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브룩스 켑카(미국)를 비롯한 경쟁자들이 뒷걸음친 덕을 봤다.

1번 홀(파4) 버디로 기세를 올렸던 켑카는 2번 홀(파5) 더블보기, 7번 홀(파5) 보기 등 파 5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2타차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은 10번 홀(파4) 보기, 13번 홀(파4) 트리플보기로 제풀에 주저앉았다.

미컬슨은 10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5타차 선두를 질주했다.

13번(파4), 14번 홀(파3) 연속 보기로 한때 2위 그룹과 격차가 2타로 좁아져 쫓겼지만, 16번 홀(파5) 탭인 버디로 다시 3타차 여유를 되찾았다.

17번 홀(파3)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한 볼이 깊은 러프에 박혔다. 미컬슨은 욕심내지 않고 그린에 볼을 올린 뒤 보기로 홀아웃했다.

2타 앞선 채 마지막 18번 홀(파4) 공략에 나선 미컬슨은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린 뒤 두 번의 퍼트로 우승을 확정했다.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자주 했던 치명적인 실수가 이날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을 입장시킨 이 날 18번 홀 그린 주변은 천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 고함을 지르고 미컬슨을 응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린을 에워싼 관중에 막힌 챔피언조 동반자 켑카는 경호원들이 길을 뚫어준 뒤에야 그린에 오를 수 있었다.

미컬슨은 관중들에게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에 답례했다.

캐디를 맡은 동생 팀과 포옹을 나눈 미컬슨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 곧 갈게.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린 밖에서 기다리다 축하 인사를 건넨 대학 후배 욘 람(스페인)은 “그는 정말 오래도록 살아남았다. 여전히 함께 연습하고 경쟁하는 그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재활 중인 우즈도 SNS에 축하 인사를 올렸다.

2타를 잃은 켑카와 1오버파로 잘 버틴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2타차 공동 2위(4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50세의 노장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4위(2언더파 286타)에 이름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1오버파 73타를 친 임성재(23)는 공동 17위(이븐파 288타)에 머물렀다. 임성재는 1타가 모자라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뛰는 미국 교포 김찬(31)은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러 공동 23위(1오버파 289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안병훈(30)도 4타를 줄여 공동 49위(5오버파 293타)로 상승했다.

기대를 모았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날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안병훈과 같은 공동 49위에 그쳤다.

응원하는 관중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미컬슨.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