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적 64세 UW의대 테크니션 고국 다녀오다 구금
미국에서 50년 넘게 거주해온 필리핀 국적의 영주권자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다 연방 이민당국에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시애틀 인근 피어스카운티 에지우드에 거주하며 워싱턴대학교(UW) 의과대학의 실험실 테크니션으로 일해 온 루엘린 딕슨(64) 씨는 지난 2월 28일 필리핀에서 귀국해 시택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 ICE(연방 이민단속세관국) 요원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딕슨 씨는 3주 넘게 타코마 ICE 이민자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
딕슨 씨의 가족들은 처음엔 체포 이유조차 알지 못해 당황했으며, ICE 측에서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변호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딕슨 씨는 2001년의 횡령 관련 전과로 인해 문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녀는 폭력과 무관한 경범죄 수준의 혐의로 30일간 보호관찰 명령을 받고 6400달러의 벌금을 납부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후에도 딕슨 씨는 수차례 영주권을 갱신했고, 지난해에는 아무 문제 없이 필리핀과 터키를 방문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이민 단속 기조 속에서, 수십 년 전 전과가 뒤늦게 문제가 되며 이번 구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딕슨 씨의 조카 멜라니아 마드리아가(59) 씨는 “우리는 그녀가 시민권자인 줄 알았다”며 “지금 와서 20년도 넘은 과거 일로 이런 처우를 받는 게 너무 황당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영주권자도 언제든 자신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딕슨 씨는 현재 타코마 이민구금센터에서 책을 읽고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면회 온 가족에게는 “여기가 감옥 같아 너무 부끄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딕슨 씨는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은 유일한 가족이다. 그 이유는 필리핀에 남아있는 가족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리핀 국적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그 결정이 큰 위기로 돌아온 셈이다.
다음 법정 심리는 오는 7월로 예정돼 있으며, 가족들은 그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드리아가 씨는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줄 몰랐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민자 커뮤니티 내에서 ‘트럼프 시대의 변화된 이민 정책’이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이민 인권단체들은 “비폭력 범죄로 20년 전 처벌을 마친 영주권자까지 구금하는 것은 과잉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본보 제휴사 시애틀 N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