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망신당한 여론조사, 이번엔 맞힐까

조사기관들, 고졸이하·시골 응답자 늘려 경합주 예측 보완

바이든, 힐러리와 달라…”샤이 트럼프 여전히 놓쳐” 반론도

25일로 미국 대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여론조사의 적중 여부다.

직전 대선인 2016년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면서 조사 기관들은 물론 전 미국이 혼돈에 빠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대체로 비슷하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클린턴 전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처럼 막판에 조금씩 차이를 좁히는 흐름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여론조사 기관이 놓치는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힘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민주당 내에서 팽배하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4년 전 실패를 교훈삼아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절치부심한 만큼 이번에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와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써티에잇 등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들은 지난 대선 때 전국 단위 지지율은 비슷하게 맞혔지만 주(州) 단위 조사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몇 가지 보정에 들어갔다.

특히 중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의 비중을 잘못 반영했다는 점을 반성하는 모습이다.

주별 득표율이 조금이라도 높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간접 선거 방식의 미 대선에서 이러한 실수는 전국 단위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경합주들의 선거인단 배정 예상에 커다란 오류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몇몇 조사 기관들은 교육 수준에 가중치를 둬 고졸 이하 응답자 비중을 늘리고 대졸 이상 응답자 비중을 떨어뜨렸다.

입소스와 퓨리서치센터는 한발 더 나아가 각 인종 그룹 내에서 교육 수준에 가중치를 부여해 정확성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졸 이하 백인 인구가 많은 주에서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기존 여론조사 응답자 중 도시 거주자가 많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시골 거주자 비중을 높이거나,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권위 있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주요 경합주에서 막판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막판까지 주요 기관들이 조사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오차가 작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사 정확성을 떠나 바이든 후보의 리드는 4년 전 클린턴 후보와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클린턴 후보보다 더 큰 지지율 격차를 연중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고, 최고 지지율이 48%에 그쳤던 클린턴 후보와 달리 최근까지도 53%(월스트리트저널-NBC방송 공동 조사)를 찍는 등 과반을 점하고 있다.

또 클린턴 후보가 선거 전 -10%포인트의 비호감도(호감 40%, 비호감 50%)를 찍은 반면, 바이든 후보는 +1%포인트(호감 43%, 비호감 42%)의 호감도를 기록했다고 NBC방송이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후보의 우위를 가리키는 여론조사 결과가 적중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서부 러스트벨트와 남부 플로리다 등 격전지의 숨은 민심을 제대로 잡아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돼서다.

트래펄가 그룹의 여론조사 수석위원 로버트 케헬리는 최근 폭스뉴스에 나와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샤이 트럼프를 간과하고 있다며 “보수층은 견해를 선뜻 나눌 의향이 없다는 인식이 뚜렷해 여론조사에 참여하길 주저한다”고 말했다.

2차 대선토론장 인근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