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불며 먹는 ‘호빵’ 50년…60억개 팔렸다

SPC 작년에만 1천억원 매출…불닭·고구마 등 속재료 진화

겨울철이면 생각나는 ‘국민 간식’ 호빵이 올해로 태어난 지 햇수로 50년을 맞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60억개라는 천문학적 판매량을 기록한 호빵은 이제 ‘단팥’을 넘어 다양한 속 재료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삼립식품 옛 호빵 광고 [SPC삼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호빵은 1971년 삼립식품(현 SPC삼립)이 출시한 것이 시초다.

당시 삼립은 빵의 비수기로 꼽히는 겨울철 매출을 늘리고자 호빵을 개발했다. 호빵은 말 그대로 ‘뜨거워서 호호 불면서 먹는 빵’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호빵은 1971년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호빵은 추위가 시작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팔았는데도 삼립 연간 매출의 15%를 책임졌을 정도다.

SPC 관계자는 “출시 첫해인 1971년 12월 31일에는 하루에 호빵 출하량이 100만개를 넘어섰다”며 “이처럼 호빵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제품명 ‘호빵’은 찐빵을 가리키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흔히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앞 찜기에서 파는 형태의 호빵은 출시 첫해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호빵은 처음에는 가정에서 쪄 먹는 제품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삼립은 출시 이듬해인 1972년 1월 1일부터 각 판매처에서 호빵을 직접 쪄서 팔 수 있도록 제품진열대와 알루미늄 재질의 호빵 판매용 찜통을 제작해 배포했다.

SPC 관계자는 “이 같은 판촉 장비의 지원은 반세기 전만 해도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며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호빵 광고 역시 각 방송국에서 ‘노래광고상’이나 ‘식품 TV 부문 우수상’ 등 각종 상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현재까지 SPC가 집계한 호빵의 누적 판매량은 60억개에 이른다. 호빵이 주로 겨울철에 많이 팔리는 계절 간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SPC삼립은 출시 49년째였던 지난해에도 호빵으로 1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50년 전과 달리 수많은 종류의 빵과 디저트가 각축을 벌이는 요즘에도 매년 약 10%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한편, ‘단팥’과 ‘야채’로 대표되는 호빵은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속 재료를 선보이며 변신을 모색 중이다. 피자, 고구마, 불닭, 우유, 버거, 골든 에그 등 다양한 맛의 새로운 호빵이 매년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올해 역시 ‘꿀씨앗호빵’, ‘쑥떡쑥떡 호빵’, ‘에그커스터트 호빵’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

또 옛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1971년 출시 당시의 포장을 되살리고, ‘삼립호빵’ 전용 폰트를 개발하는 등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도 나섰다.

SPC 관계자는 “이들 신제품 호빵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매년 전체 호빵 매출 가운데 신제품 비중은 2016년까지는 1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20% 이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1971년 출시된 삼립식품 호빵 [SPC삼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