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올해의 차 휩쓸어…글로벌 판매량도

전동화 시대 맞아 높아진 글로벌 위상…최고상 수상만 절반 이상

폴크스바겐·도요타와 함께 ‘빅3′ 부상 기대…’추격자 아닌 선도자’

아이오닉5가 IDEA 2021에서 금상을 수상했다.(현대차 제공)

올해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주요 자동차 어워즈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압도적 수상실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판매까지 호조를 보이며 처음으로 ‘빅3’ 경쟁에 나서는 등 과거 ‘패스트 팔로어’로 여겨졌던 현대차그룹이 올해를 분기점으로 ‘톱티어’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상 평가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의 주요 모델들은 지난 1년 동안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여러 상을 휩쓸며 상품성과 완성도, 뛰어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신차의 평가도 좋아지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선진 시장으로 분류되는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 단체와 유력 매체가 발표하는 ‘올해의 차’ 가운데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10개의 시상식 주요 수상 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의 차’ 종합우승 최다 선정 제조사는 현대차그룹이었다.

주최 측에 따라 올해의 차 최고상과 부문별 수상내역을 발표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총 10개 시상식 가운데 6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최고상 없이 부문별로만 발표하는 왓카와 카앤드라이버를 제외하면 8개 시상식에서 6개를 받아 사실상 올해 주요 자동차 어워즈를 휩쓸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부문별 시상식에서 총 12개의 상을 받으며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은 각 국가 및 지역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가 평가하는 북미, 유럽, 전세계, 캐나다, 독일 등 5개 시상식에서만 3관왕을 차지했다. 엘란트라는 북미 올해의 차, GV80은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아이오닉5는 독일 올해의 차를 받은 것인데, 전기차와 럭셔리카, 일반 브랜드 내연기관 등 핵심 부분에서 모두 상을 받은 것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가 발표하는 시상식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왓카와 카앤드라이버, 탑기어, 모터트랜드, 오토익스프레스 등 5개 시상식에서 현대차그룹은 모터트랜드 선정 올해의 SUV(GV70), 탑기어 선정 올해의 차(I20 N),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아이오닉5) 등 3번의 최고상을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전문 미디어 탑기어가 현대차를 올해의 차로 선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탑기어는 아시아 제조사에 평가가 인색한 편이고, 특히 현대차그룹 차종은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현대차를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에 비유했던 탑기어가 현대차를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출시하는 차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톱티어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상한 ‘올해의 차’ 최고상

시상 부문 현대차그룹 수상 차종
북미 ‘올해의 차’ 엘란트라
독일 ‘올해의 차’ 아이오닉5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제네시스 GV80
톱기어 ‘올해의 차’ i20 N
오토익스프레스 ‘올해의 차’ 아이오닉5
모터트렌드 ‘올해의 스포츠유틸리티차’ GV70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처음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올해 초 공개 이후 국내와 유럽에 잇따라 출시,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독일 올해의 차’에서 최고상과 오토 익스프레스의 올해의 차 최고상에 동시 선정됐으며 기아 EV6는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오버 상과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상을 받았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모터트랜드 올해의 SUV로 선정된 GV70을 비롯해 GV80이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를 수상했다. 안전 측면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실시한 평가에서 전 차종이 ‘가장 안전한 차’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IIHS로부터 모든 차종이 최고 등급을 획득한 럭셔리 브랜드는 제네시스가 유일하다.

브랜드 출범 7년만에 유럽과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연산 20만대 체제를 갖춘 제네시스는 올해 G80과 GV70 전동화 모델을 선보이고 전용 전기차 SUV GV60를 출시하는 등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수상 소식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올해의 자동차’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나란히 최종 후보에 선정됐고, 최근 출시돼 호평을 받기 시작한 제네시스 GV60도 내년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들이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적은 없지만, 올해 아이오닉5와 EV6가 전세계에서 받은 수많은 호평과 상을 고려하면 그 어느때보다도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북미 최고 자동차 시상식도 기대를 모은다. 북미 올해의 차는 승용차, 트럭, 유틸리티 등 3개의 최고상을 주는데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70이 ‘북미 올해의 유틸리티’ 최종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싼타크루즈는 ‘북미 올해의 트럭’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약진과 브랜드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로 평가 받으며 올해 6월 역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에서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하기도 했다. 오토카는 1895년 세계 최초로 발간된 자동차 전문지로, 매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인물과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기아의 EV6.

각종 호평은 현지 판매와 시장점유율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SUV 모델과 제네시스, 친환경차 판매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올해 누적 실적 기준 최고 긱록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 쏘렌토 등 SUV 모델이 인기를 끌며 현지 판매 가격 역시 끌어 올리고 있다. 미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트루카’에 따르면 현대차의 11월 평균 판매가격은 대당 3만3861달러로, 전년 대비 11.4% 올랐다. 기아는 3만1386달러로 12.8% 상승하며 전체 신차 평균 거래가격 상승폭인 8.6%를 크게 상회했다.

11월까지 기아와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면서 현대차그룹의 11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9%로 추정된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현대차와 기아가 연간 기준 처음으로 혼다를 제치고 미국 5위 완성차 업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유럽시장에서도 입지를 크게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유럽 승용차시장 규모 1위와 2위인 독일과 영국에서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크게 늘림에 따라 유럽 시장 전체 점유율 역시 상승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0월까지 판매실적은 각각 42만7015대와 43만525대로, 합산 시장 점유율은 8.6%에 달한다. BMW와 도요타에 앞선 4위 수준의 점유율이다.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대수는 10월까지 누적 10만4883대(현대차 5만6637대·기아 4만8246대)를 기록하며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기준 전기차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전동화 라입업 확장과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이같은 성과를 보인 현대차그룹은 혁신적인 모빌리티와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사업 전환을 선언, 글로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올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 종합 순위에서 현대차는 전년 대비 약 6% 상승한 152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35위를 기록했다. 인터브랜드 측은 “미래 모빌리티 구체화, 투자 지속 및 빠른 시장 대응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량에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및 스텔란티스와 ‘Big3’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각 자동차 그룹과 자동차협회에서 발표한 1~3분기 누적 글로벌 자동차 판매 현황에 따르면 폴크스바겐그룹(695만대), 도요타그룹(632만대)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3위 자리를 두고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 얼라이언스(549만대), 현대차그룹(505만대), 스텔란티스(504만대)가 경합 중인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 7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 인류 미래,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전문지 오토카 역시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현재 세계 굴지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다”며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분야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해 더는 경쟁사들을 따라 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