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유 아냐’ 발언 NSC국장, 말레이 대사 지명

한미정상회담 브리핑하는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차관보와 케이건 NSC 국장(우측)
한미정상회담 브리핑하는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차관보와 케이건 NSC 국장(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미 정상이 도출한 ‘워싱턴 선언’이 사실상 핵 공유라는 대통령실 평가를 정면 반박해 논란을 촉발시킨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케이건 국장을 말레이시아 특명전권대사로 지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케이건 지명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2년이 넘게 한반도 문제를 포괄하는 현재의 중책을 맡아오는 등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분류된다.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는 한미 정상 차원의 첫 공동 합의문이다.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담겼다.

이를 놓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며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케이건 지명자는 이튿날인 27일 한국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정면 반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와 입장이 다른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 “그건(입장이 다르다는 주장은) 반박하고 싶다. 우리는 한국 동료들과 폭넓은 논의를 했다. 우리 입장에서 핵공유라고 말할 때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밝혔다.

케이건 지명자의 발언이 알려지자 한국 정치권에서는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케이건 지명자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국무부에서 일해왔다.

호주, 중국, 이스라엘, 헝가리 대사관 근무를 거쳐 주인도 뭄바이 총영사, 주인도 부대사를 역임했다. 주중 대사관 근무 때는 북핵 6자회담에 관여했고, 이어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내는 등 한반도 현안에 밝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케이건이 불어, 중국어, 헝가리어, 스페인어를 구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