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CIA 요원 한마디에 김여정 ‘사색’

폼페이오 방북시 앤드루 김 전 CIA 센터장, 김정은 면전 직언

‘담배, 건강에 안좋다’직언에 바짝 긴장…리설주 맞장구로 해소

우드워드 신간…”김여정, ‘오빠’ 호칭 없이 공손, 선 안 넘어서”

지난 2018년 5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당시 한인 CIA 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전에서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직언, 일순 긴장감이 돌았으나 부인 리설주 여사가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분위기가 풀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신간 ‘격노’에서 김 위원장을 대하는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리 여사의 태도를 견주며 이와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우드워드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된 폼페이오 장관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8년 5월 8∼9일 2차 방북했을 당시를 거론하며 “핵심 질문은 누가 정말로 김정은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만찬에서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 ‘최고 영도자’로 부르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오빠’라는 호칭은 절대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방북한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 미션센터장은 이러한 모습이 규율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우드워드가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분명히 헌신적이었으며 의전 및 행사 조율을 담당하며 막후의 플레이어로 남아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종종 핵심적인 ‘사절’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만찬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친근함을 과시하기 위해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어느 한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앤드루 김 당시 센터장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있는 그대로 말했다고 한다. 친근한 여담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그러나 이 순간 그 자리에 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은 얼어붙었으며 거의 마비된 듯한 모습으로 김 위원장의 반응을 기다렸다고 한다. 북한 체제에서 누구도 김 위원장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묵을 깬 것은 부인 리설주였다.

리 여사는 ‘그 말이 맞다’며 ‘나도 흡연의 위험에 대해 남편에게 말해왔다’고 거들었다고 우드워드가 전했다.

우드워드는 여동생인 김여정과 아내인 리설주의 대조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고 책에 썼다. 2인자로 꼽히는 김 제1부부장이 공식석상에서 사적인 남매 관계를 드러내지 않은 채 깍듯한 모습을 보인 반면 부인 리설주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인 셈이다.

만찬에서 코스 요리는 계속 이어졌고 북측은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하룻밤 머물길 원했다고 한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동틀 녘에 왔으니 해 질 녘에 가야 한다고 고사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만찬은 길게 늘어졌고 폼페이오 장관은 ‘핵무기 개발 및 시험 장소에 대한 목록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떠나겠다고 밝혔다. 북측은 몇시간 동안 폼페이오 일행의 비행기를 출발시키지 않고 붙잡고 있다가 결국 보내줬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시 2차 방북에서 돌아올 때 북한에서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도 함께 송환돼 미국 땅을 밟은 바 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 EPA/JIM LO SCAL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