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당국 “에어컨 공기전파 가능성 낮다”

에어컨 필터 양성 반응…환경검체 조사 촉각

초중고 냉방기기 사용…예방은 마스크 착용

한국 광주광역시 티월드 휴대폰 대리점에서 사용한 에어컨 필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자 공기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는 에어컨 필터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게 공기전파를 의미할 수 있어서다. 방역당국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향후 환경검체 조사 결과에 따라 공기전파 위험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코로나19 공기에 3시간 생존…WHO·방역당국 공기전파에 보수적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광주 티월드 휴대폰 대리점 에어컨 필터에서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검사 결과를 두고 공기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방역당국은 양성 반응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공기로 배출한 비말(침방울)이 에어컨을 통한 공기 순환을 통해 필터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방역당국과 광주시는 에어컨 필터에서 발견한 바이러스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만약 죽은 바이러스라면 코로나19 DNA 조각이 검출된 것이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라면 공기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공기를 떠다니는 비말이 필터를 통해 걸려지면서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며 “공기 공조 시스템을 통해 (필터가) 감염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경에 따라 생존 시간이 제각각이다. 방대본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3시간 정도 생존한다. 이어 구리 4시간, 골판지 24시간, 천과 나무 1일, 유리 2일, 스테인리스 스틸과 플라스틱은 4일이다.

공기전파 위험성은 신종 감염병이 출현할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다. 하지만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공기감염을 우려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힌 후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 서한에는 코로나19가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어 예방수칙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WHO는 9일 에어로졸(공기 중 미립자)에 의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고 방역수칙을 수정했다.

그러나 과학계 요구와 달리 관련 지침을 대폭 수정하지 않았다. 공기를 주요 전파경로로 보기에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방역당국도 마스크 착용 등 기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비말은 크기가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상으로 대개 중력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1~2m만 이동한다. 반면 5㎛보다 작은 에어로졸은 수분이 증발해 크기와 무게가 줄어든 ‘비말핵’일수록 공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닌다.

◇”에어컨 약하게 틀고 자주 환기”…학교 에어컨 괜찮나, 학부모 우려

에어컨 필터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두고 일부 학부모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늦어진 등교수업으로 인해 지금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에어컨 등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휴대폰 대리점 환경검체 조사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해당 바이러스가 살아있다면, 학교 냉방기기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환경검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부천 쿠팡물류센터 환경검체 조사 결과, 직원들이 착용하는 모자와 신발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김동현씨(40)는 “이달 초 엘리베이터 버튼이 코로나19 감염경로로 지목된 적이 있는데, 에어컨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온 뉴스를 봤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방역당국은 일찌감치 냉방기기 사용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지침 내용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으나 2시간에 한 번씩 환기해야 한다. 또 에어컨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약하게 틀어야 한다. 환기는 최소 15분 이상 하도록 했다. 환기가 불가능한 밀폐시설에서는 실내 이용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선풍기 역시 사용 방법이 크기 다르지 않다.

공기전파 우려를 줄이려면 냉방기기를 자주 소독해야 한다.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소독하기 전에는 방수용 장갑(일회용 라텍스 장갑 또는 고무장갑)과 보건용 마스크 등 개인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소독제는 환경부에 승인·신고된 살균·소독제(초록누리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를 사용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어로졸 감염을 막으려면 실내에 헤파필터를 설치해야 하지만, 비용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마스크를 잘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파필터(HEPA Filter)는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등 0.3μm 크기 이상의 입자를 95~99.97% 제거할 수 있다. 항공기 등이 실내에 헤파필터를 장착했다.

그는 “공기전파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보수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넓은 해석에 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방역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실 에어컨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