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전설의 탑건’ 97세 노병에 ‘평화의 사도’ 메달

LA 총영사관, 로이스 윌리엄스에 한국 무공훈장 수여 추진

“한국, 기적처럼 발전…한국전 때 한반도 통일 못해 아쉬워”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대령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대령/LA 총영사관

미 해군의 전설적인 탑건인 97세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았다.

LA 총영사관은 16일 한국전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 해군 예비역 대령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권성환 부총영사는 전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메달 전수식에서 윌리엄스 예비역 대령이 한국전에서 보여준 용기와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윌리엄스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 당시 창공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부서진 다리 2∼3개만이 있던 폐허였고 그 기억만 남아 있었는데,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적과 같이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전쟁을 완전히 끝내 (한반도를) 통일시키지 못한 게 여전히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조 탑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윌리엄스는 1952년 11월 한국전 당시 회령 지역에 출몰한 옛 소련의 미그기 7대와 조우해 치열한 공중전 끝에 홀로 4대를 격추한 전설적인 해군 파일럿이다.

로이스 윌리엄스에 평화의 사도 메달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전용사 윌리엄스(가운데)와 권성환 부총영사(오른쪽), 백황기 샌디에이고 한인회장/ LA 총영사관 제공

 

미그기를 격추하고 귀환한 그의 F9F-5 기체에는 263개 총탄 자국이 남았을 정도로 당시 윌리엄스는 생사를 건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한국전 영웅의 무공은 철저한 기밀에 부쳐졌다. 이 사건이 미국과 소련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자칫 3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윌리엄스도 평생 이 얘기를 비밀로 하겠다고 맹세했고, 실제로 2002년 기밀이 공식적으로 해제될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기밀 해제 이후 미군은 윌리엄스의 무공을 70년 만에 재평가해 지난 1월 해군에서 2번째로 높은 훈장인 십자 훈장을 수여했다.

윌리엄스는 한국전 이후 베트남전에도 참전했고, 1975년 해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그가 과거 해군 전투기 조종사 교관을 하면서 가르친 후배들은 유명한 공중전 교육 프로그램인 탑건의 초대 교관이 됐다.

CNN 방송은 지난달 윌리엄스가 해군 십자 훈장을 받았을 때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영화 ‘탑건’ 시리즈의 주인공) 톰 크쿠즈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윌리엄스는 이미 현존하는 탑건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