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이러려고 미국에 공장 지었나”

현대차-LG 공장 급습에 진출 기업들 ‘긴장’…“투자에 돌아온 건 단속”

B1·ESTA 출장이 발목…대규모 체포 사태에 업계 ‘비자 리스크’ 우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공동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벌어진 연방정부의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으로 인해 500명 가량이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온 출장자들 중 일부는 정식 근무가 아닌 단기 기술지원, 시험 가동 등을 돕던 엔지니어들이었지만, 미국 당국은 ‘업무 수행’ 자체를 문제 삼은 것 같다”며 “미국의 법 집행 기준이 생각보다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며, 임직원과 협력사 인원들의 안전과 신속한 구금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통역 및 변호사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며 아직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LG 양측은 공장 공사 외에도 미국 내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기반 제철소와 로봇 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국내 대기업들도 비자 관리·인력 운영 등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미 미국 진출 경험이 오래된 기업들은 “당장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이민 정책 기조 속에서 언제든 비슷한 단속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ESTA를 이용한 미국 출장 시 입국 거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출장 일정은 2주 이내로 제한하고, 초과 시 반드시 사전 보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 4년간 2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8월에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금액을 26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현대차를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위대한 기업”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대규모 이민 단속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게 정말 ‘우대를 받는 투자자’에 대한 대우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미국에서 인력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출장 엔지니어까지 단속 대상이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공장을 돌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 오래 사업한 기업들은 그나마 비자 관리에 익숙하지만, 신생 프로젝트나 하청 인력 관리가 취약한 회사는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근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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