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미동맹 훼손하는 ‘태극기 공원’

손우현 한불협회 회장

<숙명여대 객원교수, 전 대통령 해외공보비서관, 주 프랑스 공사 겸 문화원장, 코리아 헤럴드 파리지사장, 프랑스 정부 예술문화훈장 기사장 수훈>

서울 용산가족공원내 중앙녹지에 1998년 조성된 ‘태극기 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태극기 50개가 24시간 휘날리고 있다. “우리 민족의 혼을 다시 살린다는 취지로 나라의 꽃인 무궁화 형상으로 조성하였고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 50봉과 무궁화를 식재하여 애국심을 기림”이 이 공원의 설립 취지라고 안내문은 설명하고 있다. 가치 혼돈의 시대에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원의 안내문 서두다. “현대사에 있어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해방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여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못했던 땅이기에…”

게다가 매끄럽지 못한 영문 번역도 오식투성이다.

“…Korea had been unable to exercise national sovereignty under Japanese rule. The situation was the same when the country came under the control of the U.S. army following its liveration from Japan.”

태극기 공원 안내문

liberation이 ‘liveration’으로 patriotism은 ‘patrio-tism’이라고 오기되었다.

“해방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여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못했던 땅’– 이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일제 식민 통치와 미군의 한국 주둔을 동일시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내외국인에게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역사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한 미군의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se Treaty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은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과 탁월한 외교력의 산물이다.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서명된 이 조약은 미국의 주도가 아니라, 한국의 요구로 우여곡절 끝에 체결된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생명과 희망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달려있다”는 간절한 호소로 마지못해 하는 미국을 설득했다.(주1)

그해 8월 8일 이 조약 최종안이 서울에서 가조인되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성립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조약이 있기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이번 공동조치는 외부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확보해 줄 것이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은 남북한의 운명을 갈라놓은 역사적 사건이다. 한미동맹은 이승만의 예언대로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불과 수십 년 만에 원조 대상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하였으며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가 되었다.

서양 선진국들이 1세기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한국은 불과 반 세기만에 이룩한 것이다. 지난 50년간 세계 경제가 7배 정도 성장했는데 우리 경제는 400배 성장했다. 동시에 한국은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민주국가가 되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담보해 준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우리는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격변하는 안보 상황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태극기 공원의 안내판에서와 같은 역사 왜곡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주1) 남시욱 저: “한미동맹의 탄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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