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 기자회견 ‘태산명동에 서일필’

“특별지위 박탈 절차 개시”…WHO에만 사망선고 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 관련 기자 회견은 ‘태산명동에 서일필’이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은 태산이 떠나갈 듯 난리법석을 떨었으나 튀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예고는 거창하게 했으나 결과가 보잘 것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과 관련,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행정부에 홍콩 특별지위를 없애는 절차를 개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 것이 아니라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만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세계보건기구(WHO)와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WHO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중국에 대한 사망선고가 아니라 WHO에 대한 사망선고만 내린 셈이다.

결국 잔뜩 변죽만 울린 채 실질적인 대중 제재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미국이 홍콩과 관련해 강경한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물론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파기 △새로운 대중 관세 부과 △미국에 있는 중국 자산 동결 △홍콩 탄압에 관여하고 있는 중국 관리들의 입국 금지 등 상당히 강도 높은 제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중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것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뿐이었다. 게다가 홍콩 특별 지위를 당장 박탈하는 것도 아니고 박탈 수순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제재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낮자 미국 증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다우만 소폭 하락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0.07% 내렸다. 이에 비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0.48%, 나스닥은 1.29% 상승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지 않고 박탈 수순에 돌입하겠다고만 밝힌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홍콩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미국 행정부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홍콩에 진출한 미국기업은 약 1300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선전이라는 대체재를 키워 논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홍콩의 특별지위를 해제하면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만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도할 때는 아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전선은 산적해 있다. 홍콩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어디에서 뇌관이 터질 줄 모른다. 특히 미중패권 전쟁은 한국에 줄서기를 강요한다./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White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