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녀·측근 ‘선제적 사면’ 논의”

NYT “장·차남, 이방카 부부, 줄리아니 등 대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개인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퇴임 전 ‘선제적 사면’을 받을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사면을 모색하는 대상은 줄리아니 전 시장을 비롯해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였다고 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추진으로 이어졌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의 경질을 막후에서 주도한 혐의 등으로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줄리아니 전 시장과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현 대통령 당선인)을 조사할 것을 압박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아직 그를 기소한 건 아니지만, 향후 유죄 가능성에 대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 미리 사면을 받아놓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전 시장이 지난주 이 사안과 관련해 만났으며, 그전에도 사면 가능성에 대해 대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둘 중 누가 먼저 사면 문제를 꺼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 전 시장을 미리 사면할지 말지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안에 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줄리아니 전 시장이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 자신에 대한 연방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향후 기소 또는 유죄 판결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사면권을 행사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다.

NYT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이른바 ‘위스키 반란'(위스키 과세에 대한 저항 운동) 주모자들의 향후 반역죄 기소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 사면권을 행사했고,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전임자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재임시 행각들을 미리 사면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징집을 불법 기피한 수천명을 역시 선제적으로 사면했다.

그러나 줄리아니 전 시장은 NYT 보도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거짓 보도한 그런 대화(사면 논의)를 결코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줄리아니의 변호인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줄리아니는 이 기사가 거짓이라고 반응했다”며 “사면에 관한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 스캔들’ 연루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사면, 임기 막판 측근과 가족은 물론 심지어 본인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사면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로버트 뮐러 특검에서 수사받은 적이 있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에 대해 어떤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