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성판정 공개없이 “전염성 없다”

선거운동 재개 앞두고 발표…구체적 설명 부족, 추가 전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백악관 주치의가 10일 밝혔다.

숀 콘리 주치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이 안전하게 격리를 끝낼 수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에 더해, 오늘 아침 코로나 유전자 검사(PCR) 표본 검사 결과 대통령이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더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활발히 증식한다는 증거가 더는 없다”고 덧붙였다.

주치의의 이러한 발표는 대선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주 본격적인 선거운동 재개를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감염 우려 등 선거운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행사를 벌였다. 이어 12일 플로리다, 13일 펜실베이니아, 14일 아이오와주를 잇따라 방문, 릴레이 대규모 유세를 이어간다.

그러나 백악관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음성 판정 여부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 여전히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날 발표를 두고 투명성 논란이 재연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뜻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았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며 “주치의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회에 나가서 지지자들과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감염병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열흘 만에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알버트 코 예일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중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았다면서 “중한 질병에 걸린 사람은 20일 동안 격리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아주 난해한 성명을 발표했고 많은 의문이 들게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폐렴에 걸린 적이 있었냐는 질문을 포함해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체내에 얼마나 바이러스가 남아있는지를 대략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인 PCR 검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분명하게 ‘음성’이라고 진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탐지되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수잔 버틀러-우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임상미생물학 교수는 “주치의 성명에서 언급된 하위유전체 RNA(subgenomic RNA·sgRNA)는 활발하게 복제되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암시한다”고 말했다.

멜리사 밀러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임상미생물학 교수는 “코로나19 회복 말기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시험 방법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내주 월요일부터 플로리다로 선거 유세를 가기로 해 여러 사람을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돌아와 트루먼 발코니서 엄지 치켜든 트럼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