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 전사자 홀대’ 논란 자초

`전쟁포로·실종자 깃발’  건물 꼭대기서 잔디밭으로 옮겨

참전용사 단체 등 강력 반발…”나라에 헌신한 사람들 모욕”

전사자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전쟁포로(POW)와 전쟁 실종자(MIA)를 예우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전쟁포로와 전쟁 실종자를 기리기 위해 게양하는 깃발을 백악관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South Lawn)으로 옮겼다가 일부 참전용사와 의원들의 지탄을 받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POW·MIA 깃발에는 초소에서 철조망을 내려다보는 한 군인의 모습이 흑백으로 그려져 있으며 “당신들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도 실종 상태인 미군은 약 8만2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POW·MIA 깃발을 백악관을 비롯한 특정 연방정부청사에서 매일 잘 보이는 곳에 게양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지난 6월 공개한 동영상에는 꼭대기에 걸려 있던 POW·MIA 깃발의 위치가 사우스론으로 조정된 모습이 담겼다. 백악관 바깥에서는 깃발을 일부 지점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깃발 게양에 대한 법안을 공동발의 했던 민주당 소속의 잭 리드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지키기 위해 명예롭게 헌신한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리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연합기 게양을 옹호하면서도 POW·MIA 깃발을 달지 않는 것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 연합기의 사용을 표현의 자유를 들어 옹호하고 있다.

공동발의를 함께 했던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마거릿 해선 상원의원도 전날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깃발 게양 위치를 다시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해선 의원은 “백악관 제일 위에서 날리던 깃발의 위치가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갑작스레 옮겨졌다”면서 “이는 연방법을 위반한 것이며 전사자와 전쟁포로, 실종자, 참전용사 및 이들의 가족에게 어울리는 예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사우스론 남서쪽 모서리에 전쟁 포로와 실종자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면서 “백악관을 찾는 모든 사람은 그곳에 걸린 POW·MIA 깃발을 볼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백악관은 POW·MIA 깃발의 게양 위치를 바꾼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전쟁포로였던 참전용사들과 이들의 가족을 대변하는 한 단체는 “(POW·MIA 깃발을 옮기는 것은) 뺨을 때리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인과 그 가족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내세우지만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면서 “(POW·MIA 깃발을 옮긴 것은) 전쟁포로와 실종자를 업신여긴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전용사를 비하했다는 보도로 위기를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졌다.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던 미군을 ‘패배자’ 또는 ‘호구’로 불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 내용을 “짐승이나 할 소리”라면서 거듭 부인했다.

또 뉴욕타임스(NYT)의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는 최근 시간 ‘격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 참모들을 혹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조기 아래서 펄럭이는 전쟁포로(POW)와 전쟁 실종자(MIA)를 기리는 깃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