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효과는 ‘글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첫해 거둔 정책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여전한 고(高)물가 탓에 여론이 나빠지고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망이 어두워지자 곤경 타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평가가 대체로 박하다. 체감되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부시간 17일 밤 9시부터 백악관에서 18분간 대국민 연설을 했다. 연설은 수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방송을 통해 미국인 가정에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하며 “국경은 안전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멈췄고 임금은 오르고 물가는 내려가고 우리나라는 강력하고 미국은 존중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세계가 목격하지 못한 경제 호황을 앞두고 있다”고도 했다.
핵심 화제는 경제였다.
“11개월 전 나는 엉망인 상황을 물려받았고 나는 이것을 해결하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올해 초) 내가 취임했을 때 인플레이션은 48년 만에 최악이었다”고 불평했다.
그는 “지난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동맹(민주당)은 수조 달러(수천조 원)를 국고에서 빼내 물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자신이 물가를 빠르게 끌어내리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임금은 물가와 반대다. 그는 “새해에는 여러분의 지갑과 은행 계좌에서 (변화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상승 속도가 인플레이션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도입한 관세의 효과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다.
그는 “나는 사상 최대 규모인 18조 달러(약 2경6,599조 원) 규모 대미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 경제 성장, 공장 신설, 훨씬 더 강한 국가 안보를 의미한다”며 “이 성과의 상당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관세 덕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정책의 효과도 미리 홍보했다. 자신이 밀어붙인 감세 법안 덕에 많은 미국 가정이 연간 1만1000~2만 달러(약 1630만~2960만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봄은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환급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경 방어, 마약 퇴치, 약품·에너지 가격 인하 등 성과 자랑 대부분이 국내 이슈였지만 외교 치적도 빼먹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의 힘을 회복했고 10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끝냈으며 이란 핵 위협을 없애고 가자 전쟁을 종식시켜 3,000년 만에 처음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고 인질 석방을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백악관 예고와 달리 새 내용은 빈약했다. 현역 군인 145만 명에게 이번 성탄절 전에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이라 이름 붙인 특별 지급금을 1인당 1,776달러(약 26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는데 사실상 새로 소개된 것은 이게 전부다.
그에 따르면 배당금은 관세 수입에서 나가며, 액수는 미국 독립기념일(1776년 7월 4일)에서 따왔다. 내년은 미국 독립 기념 250주년이다.
이날 연설은 연방 상·하원의원 등을 선출하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약 11개월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은 악화일로다.
미국 공영방송 PBS·NPR 및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크가 8~11일 실시해 이날 결과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였다. 트럼프 대통령 1, 2기 통틀어 가장 최저 수치다. 공화당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고물가에 따른 ‘생활비 여력(affordability)’ 감소가 핵심 요인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연설이 여론 반전에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야당 민주당의 인사들은 연설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고 비난했다. 미국 연방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뉴욕)는 MS NOW 방송에 출연해 관세가 물가를 올렸다고 반박했다. 조바심 지적도 나왔다. 이날 평소와 달리 연설문을 빠른 속도로 읽고 끝낸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공황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는 지적이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 나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