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라인 “실업대란 저점 아직 안왔다”

므누신·커들로·해싯, 한목소리 우려…일러야 하반기 경기반등 전망

“경제재개 안하면 영구적 손상”…’급여세 인하’, 주정부 구제는 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국의 ‘실업 대란’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왔다.

1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서다. 이르면 3분기 경기회복이 이뤄지겠지만, 당장 5~6월까지는 20%대 실업률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EPA=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내부적으로도 장밋빛의 ‘V자형 경기회복론’을 펴기보다는 당분간 추가 악화가 불가피한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월 실업률이 14.7%까지 높아졌는데 미국 경제가 안 좋기 때문이 아니라 셧다운 됐기 때문에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라며 “일자리 지표는 아마도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분기 경기가 크게 악화할 것이라면서 “(일자리 지표는) 더 낮아진 후에야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4월 일자리 수치가 나쁘다”면서 “사탕발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활동을 재개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5월 수치 또한 매우 나쁠 것”이라고 언급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CBS방송에 출연해 “일자리가 5월이나 6월에 저점을 볼 것”이라며 실업률은 일시적으로 20%를 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실업률이 2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일자리 상황은 단계적인 경제활동 재개를 전제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므누신 장관은 “3분기에는 나아질 것이고, 4분기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며 “그리고 내년은 대단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30년대 대공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경제활동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회사의 잘못도, 미국 노동자의 잘못도 아니다. 이것은 바이러스의 결과”라며 “경제봉쇄를 완화하지 않으면 경제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 경제를 재개하지 않는 것의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업자의 상당수가 ‘일시 해고’ 상태라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부각하는 부분이다.

4월 실직자의 78.3%에 달하는 1810만명은 자신의 상태를 ‘일시 해고'(temporary layoff)로 분류했는데, 경제활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대부분 일터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들로 위원장은 “일자리 지표를 과소평가하지는 않겠지만 들여다보면 희미한 희망이 보인다”면서 “실직자의 약 80%는 무급휴직 또는 일시 해고 상태다. 일터 복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 실직자를 이어주는 끈이 온전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경제활동 재개에 대해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위축에 대응하려면 부분적으로 경제를 가동해야 한다”면서 “물론 보건 안전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미국 경제가 엄청나게 급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잠시 시간을 두고, 막대한 경기부양 프로그램의 경제적 효과를 지켜보자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민주당과 백악관 사이에 아무런 대화가 없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공식 협상은 아니지만, 꾸준히 물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내일(11일)도 상원 민주-공화당과의 컨퍼런스콜이 예정돼 있다. 우리는 후속 단계를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해싯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 정부에 구제금융 지원을 원하지 않지만 예상 못 한 코로나19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줄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장 결정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 돈들이 아직 경제에 흘러 들어가지도 않았다”면서 “추가로 수조 달러의 납세자의 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여세 인하를 비롯해 추가적인 재정지원책을 논의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경영상태가 부실한 주정부까지 구제하려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전미 주지사협회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주정부의 주지사가 대체로 민주당 소속인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