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달인’ 버핏 “AI, 인간 못이겨…SVB 놔뒀다면 재앙”

“애플, 투자한 어떤 기업보다 뛰어나…수년전 지분 일부 처분 후회”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워런 버핏 (오마하 AP=연합뉴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속의 워런 버핏(좌측)과 찰리 멍거(우측)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급격하게 진보한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겠지만, 인간 지능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난달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서는 당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AI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버핏의 단짝이자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좀 더 직접적으로 AI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멍거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AI 기술에 대한 일부 과도한 기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인공지능이 아닌) 옛날식 지능이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멍거 부회장도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은 로봇 기술을 보게 될 것”이라며 AI와 로봇 기술이 확산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버핏이 투자자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버핏은 또 SVB 은행에 대해서는 “고객들을 그대로 놔뒀더라면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SVB 파산으로 인해 은행 고객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함으로써 금융 재앙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예금 보호 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3200만원)로, SVB 사태가 불거지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하며 불안감이 확산했지만, 미 정부가 나서 모든 예금을 보호해주겠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은 가라앉았다.

버핏은 “당국이 그렇게 안 했다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보험에 들지 않은 예금자들을 내버려 뒀다면 모든 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은행 경영자들이 파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려움은 언제나 전염성이 있다”며 “앞으로도 은행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예금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한 이유에 대해 “애플은 우리가 소유한 어떤 기업보다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폰과 함께 가정에서 2대의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의 예를 들어 애플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이 소비자가 3만5000달러(약 4600만원) 상당의 두 번째 자가용이나 1500달러(약 200만원)짜리 아이폰 중 하나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 대부분 두 번째 자가용을 처분하고 아이폰은 계속 보유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아이폰은 대단히 뛰어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수년 전 애플 지분 중 일부를 회계적인 이유로 정리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멍청한 결정이었고 후회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에 대해 “엄청난 기업”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반영하듯 자신은 “대만보다 일본에 투자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한 석유회사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장악할 생각은 없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지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분은 더 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