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증거인멸 우려” 판단…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등 혐의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의 이른바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새벽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등 위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지난 2012년 통일교 총재직을 단독 승계한 이후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하고, 공범으로 지목된 권성동 의원이 16일 구속된 이후에야 출석한 점 등을 들어 수사 비협조 및 증거인멸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 총재는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며 통일교 지원을 요청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같은 해 4~7월 전성배 씨(일명 ‘건진법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 청탁에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교단 자금으로 선물용 명품을 구입한 혐의(업무상 횡령) ▲자신의 도박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을 받고 있다.
특검은 이미 구속기소된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모 씨의 공소장에 ‘국가가 통일교의 이념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사상을 내세워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는 정황을 기재한 상태다.
한 총재는 또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 약 11만명을 조직적으로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외부업체를 압수수색해, 해당 명단을 확보한 상태다. 특정 정당 입당을 강요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정당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될 수 있다.
같은 날 통일교 최고위 인사인 정모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공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소재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 실장은 통일교 행정조직 ‘천무원’의 부원장으로, 한 총재의 최측근이자 교단 2인자로 알려져 있다.
한편, 통일교는 영장 발부 직후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하며, 향후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